오랜만에 떠난 영덕 여행, 목적은 단 하나, 동해의 신선한 해산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혀끝으로 느껴보는 것이었다. 강구항에 도착하자 짭짤한 바다 내음이 코를 찔렀다. 마치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분.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강구시장 안에 숨어있는 듯한 탐라식당이었다. 시장 특유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낡은 간판이 어딘가 모르게 정겨움을 더했다.
탐라식당은 허름한 외관과는 다르게, 메뉴판은 마치 주기율표처럼 다양한 해산물 요리로 가득 차 있었다. 메뉴판을 스캔하는 순간, 나의 과학자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미주구리 막회’였다. 미주구리, 다른 이름으로는 물가자미. 흔히 접하기 힘든 식재료인데다, 세꼬시 형태로 뼈째 썰어 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치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주문을 마치고 식당 내부를 둘러보니, 꽤나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는 걸 보니, 이 집이 강구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벽 한쪽에는 KBS 생생정보통에 출연했던 사진과 싸인들이 붙어있었다. 방송의 힘일까, 아니면 진정한 맛집의 저력일까? 곧 밝혀질 실험 결과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가자미 식해를 포함하여 7~8가지의 반찬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맛을 보니, 단순한 곁들임 찬이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였다. 특히 가자미 식해는 젖산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감칠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마치 잘 숙성된 김치에서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풍미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 집, 밑반찬부터 예사롭지 않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주구리 막회가 등장했다. 접시 위에 소복하게 담긴 미주구리 세꼬시 위에는 깻잎, 당근, 양배추 등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붉은 초고추장의 색감이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로 신선해 보이는 미주구리의 자태. 이제 맛을 볼 차례다.
젓가락으로 막회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예상치 못한 식감에 살짝 놀랐다. 뼈째 썰어낸 세꼬시 특유의 오독오독 씹히는 질감이 뇌를 자극했다. 미주구리의 담백한 맛과 초고추장의 매콤새콤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듯한 느낌! 여기에 깻잎의 향긋함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였다.
미주구리 막회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바로 쌈 채소에 밥을 약간 넣고, 막회를 듬뿍 올려 쌈을 싸 먹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단맛이 초고추장의 매운맛을 중화시키면서, 미주구리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마치 촉매처럼, 맛의 화학 반응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미주구리 막회를 정신없이 흡입하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서 도루묵찌개를 시킨 것을 보았다. 얼큰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것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도루묵찌개를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뚝배기에 담긴 도루묵찌개가 나왔다. 붉은 국물 위로 큼지막한 도루묵과 두부, 야채들이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도루묵에서 우러나온 깊은 감칠맛이 인상적이었다.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된, 완벽한 찌개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식당 내부로 초파리가 너무 많이 날아다녔다. 마치 내 음식을 탐내는 듯,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았다. 위생적인 부분은 조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탐라식당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강구항의 밤바다는 잔잔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 탐라식당에서 맛본 미주구리 막회와 도루묵찌개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특히 미주구리 막회는 흔히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였기에 더욱 인상 깊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탐라식당에서 경험했던 맛의 향연을 되새겨보았다. 신선한 해산물의 풍미, 톡 쏘는 초고추장의 매콤함, 그리고 푸근한 인심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탐라식당을 단순한 식당 이상의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마치 잘 설계된 실험처럼,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다음번 영덕 방문 때도 탐라식당에 들러, 다른 메뉴들을 섭렵해 볼 생각이다. 특히 겨울철 별미라는 대구탕의 맛이 궁금하다. 그때는 또 어떤 새로운 맛의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