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청역 앞, 잊을 수 없는 시원한 동치미 막국수 한 그릇의 추억 | 성내동 맛집 화진포막국수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날도 더운데 시원한 막국수나 한 그릇 할까?” 그의 말에 망설임 없이 “좋아!”를 외쳤다. 며칠 전부터 툭툭 끊기는 메밀면의 식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터였다. 친구가 추천한 곳은 강동구청역 근처에 위치한 화진포막국수. 성내동에서 꽤나 유명한 맛집이라고 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가게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초록색 간판이 정겨웠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화진포막국수”라는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왠지 강원도에 있을 법한 가게 이름이, 무더위에 지친 나에게 시원한 동해 바다를 선물하는 듯했다. 3시가 다 되어가는 어중간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훅 하고 온몸을 감쌌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명태식해 비빔 막국수를 정해두었지만, 다른 메뉴들도 궁금했다. 항정 보쌈, 들기름 막국수, 동치미 막국수… 하나같이 맛깔스러워 보였다. 잠시 고민했지만, 처음 계획대로 명태식해 비빔 막국수를 주문했다.

명태식해 비빔 막국수
매콤달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일품인 명태식해 비빔 막국수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사골육수와 메밀차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컵에 담긴 육수를 한 모금 마시니, 멸치육수와 사골이 어우러진 깊고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흔한 냉면집에서 맛볼 수 있는 조미료 맛과는 차원이 달랐다. 메밀차는 은은한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밑반찬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열무김치, 백김치,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 소박하지만 정갈한 모습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큼지막한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동치미 국물이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동치미를 보니, 절로 입맛이 다셔졌다. 국자로 동치미를 떠서 맛을 보니, 인위적인 단맛 없이 은은한 산미가 느껴졌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양배추 샐러드는 흔한 맛이었지만, 백김치와 열무김치는 인위적인 단맛 없이 깔끔하고 시원했다. 특히 열무김치는 은은한 쌉쌀함이 맘에 쏙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명태식해 비빔 막국수가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에서 볼 수 있듯이, 면 위에는 빨갛게 양념된 명태식해와 김 가루, 채 썬 무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양념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얼른 젓가락을 들어 면과 양념을 골고루 비볐다.

잘 비벼진 면을 한 젓가락 크게 들어 입에 넣었다.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식감이 정말 좋았다. 양념은 맵지 않고 적당히 매콤하면서 달콤했다. 특히 명태식해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슴슴하게 느껴질 때는 테이블 위에 놓인 식초와 들기름을 살짝 뿌려 먹으니, 고소함과 시큼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을 보면, 테이블 한 켠에 놓인 커다란 통에서 동치미 국물을 떠서 막국수에 부어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비빔 막국수 그대로의 맛을 즐기다가, 중간쯤 동치미 국물을 두 국자 넣어 물 막국수처럼 먹어봤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냈다. 마치 여름날 계곡에서 먹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명태식해의 맛이 옅어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다음에는 동치미 국물을 조금만 넣거나, 아예 따로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에 보이는 항정 보쌈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촉촉하게 삶아진 항정살은 잡내 없이 부드러웠다. 특히 뜨겁게 데워진 상태로 제공되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보쌈과 함께 제공되는 명태식해, 어리굴젓, 그리고 백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풍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갓김치, 깻잎 장아찌 등 다양한 곁들임 찬 덕분에 질릴 틈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따뜻한 보쌈과 시원한 막국수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항정 보쌈

배가 불렀지만, 물만두도 놓칠 수 없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뽀얀 자태를 뽐내는 물만두는 직접 빚은 듯한 손맛이 느껴졌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으며, 속은 담백하고 고소했다. 막국수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다만, 김치전이나 부추전 같은 부침개 메뉴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은 친절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혹시 조미료를 사용하시나요?”라고 여쭤보니, “저희는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밑반찬에서 느껴졌던 자연적인 맛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반찬은 샐러드 외에 명태식해, 백김치, 갓김치, 깻잎 장아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진포막국수는 가격도 착한 편이었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 가격에 이런 퀄리티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게다가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셔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주차장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정도 맛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화진포막국수는 강동구 성내동에서 15년 이상 운영된 맛집이라고 한다. 특히 극장과 가까워 영화를 보고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가게 내부는 쾌적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창가 좌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에서 보이는 가게 외관처럼, 멀리서도 눈에 띄는 간판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화진포막국수에서 맛본 막국수와 보쌈의 맛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의 식감, 매콤달콤한 양념, 시원한 동치미 국물, 그리고 부드러운 보쌈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히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맛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다음에 또 막국수가 생각날 땐, 망설임 없이 화진포막국수를 찾을 것이다. 그땐 들기름 막국수와 물 막국수도 꼭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김치전이나 부추전이 새로 생겼으면 좋겠다.

집에 도착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막국수 정말 맛있었어! 덕분에 강동구에 있는 맛집 하나 알게 됐네. 다음에는 내가 더 맛있는 곳으로 데려갈게!” 친구의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오늘, 나는 맛있는 막국수 한 그릇과 함께 소중한 추억 하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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