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식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묵은지’의 발효 과정과 그 풍미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활발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치의 숙성 과정은 단순한 부패가 아닌, 복잡한 미생물학적 변화를 거쳐 전에 없던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연금술’과도 같다. 젖산균은 김치 속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젖산을 생성, pH를 낮추고 다른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동시에 김치 특유의 신맛을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유기산과 에스터는 김치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특히 묵은지는 이 과정을 장시간 거쳐 그 깊이가 남다르다. 과학적 호기심과 미식에 대한 갈망을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묵은지를 주재료로 사용한다는 구리 맛집 어랑추로 향했다.
어랑추는 동구릉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났다. 가게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어랑추’는 ‘고등(어)랑 배(추)’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네이밍에서부터 메인 메뉴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가게 앞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맛집’의 바깥에서부터 풍겨져오는 아우라랄까. 대기 시간은 25분 정도. 기다리는 동안, 가게 외관을 살펴보았다. 낡은 간판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벽에서 ‘노포’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왠지 모르게 ‘내공’이 느껴지는 식당이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은 적당했다. 테이블 위에는 버너와 찌개 냄비가 놓여 있었다. 메뉴는 묵은지 고등어조림이 메인이고, 들기름 두부부침, 떡갈비, 메밀전병 등 사이드 메뉴도 있었다. 나는 묵은지 고등어조림 2인분과 들기름 두부부침을 주문했다. 메뉴판에 적힌 ‘공깃밥 1,000원 (무한리필)’ 문구가 눈에 띄었다. 탄수화물에 대한 과학자의 본능적인 이끌림이랄까.
주문 후, 밑반찬이 빠르게 세팅되었다. 콩나물무침, 김, 깻잎, 깍두기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김과 깻잎은 묵은지 고등어조림과 함께 싸 먹으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룬다고 한다. 밑반찬을 맛보는 사이, 메인 메뉴인 묵은지 고등어조림이 등장했다. 묵직한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고등어와 묵은지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붉은 빛깔의 국물이 식욕을 자극했다. 묵은지의 깊은 향과 고등어의 비릿한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미를 자아냈다.
조리가 완료되어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맛봤다. 푹 익은 묵은지는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묵은지의 젖산은 미각 수용체를 자극, 침샘을 폭발적으로 자극했다. 신맛, 감칠맛, 매운맛의 복합적인 조화가 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특히, 장시간 숙성된 묵은지 특유의 깊은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묵은지에 배어 있는 고등어의 기름진 맛은 묵은지의 신맛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최고의 시너지를 냈다. 마치 잘 숙성된 와인과 고급 치즈의 페어링과 같은 느낌이랄까.
고등어 역시 훌륭했다. 신선한 고등어를 사용했는지, 살이 탱탱하고 부드러웠다. 고등어 특유의 기름진 맛은 묵은지의 매콤한 양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고등어 살을 발라 묵은지에 싸서 먹으니, 입 안에서 풍미가 폭발했다. 쌀밥 위에 묵은지와 고등어를 함께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왜 공깃밥이 무한리필인지 알 것 같았다.

사이드 메뉴인 들기름 두부부침도 기대 이상이었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노릇하게 구워진 두부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두부 표면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두부부침을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고소함과 매콤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처럼, 각 재료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어랑추의 묵은지 고등어조림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과학과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묵은지의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산과 에스터는 미각을 자극하여 다채로운 풍미를 선사한다. 고등어의 기름진 맛은 묵은지의 신맛과 매운맛을 중화시켜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들기름 두부부침의 고소함은 묵은지 고등어조림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이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혀를 통해 뇌에 직접적인 쾌감을 전달한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에 ‘맛있는 녀석들’과 ‘쯔양’의 방문 인증 사진이 붙어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묵은지 고등어조림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마치 과학 연구에서 혁신적인 발견을 했을 때 느끼는 희열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어랑추의 묵은지 고등어조림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미각을 통해 과학적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였다. 묵은지의 발효 과학과 식재료의 조화, 그리고 음식에 담긴 정성이 만들어낸 놀라운 결과였다. 구리 지역명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어랑추에 들러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맛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미식의 새로운 지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총평:
* 맛: 묵은지의 깊은 풍미와 고등어의 조화가 훌륭하다. 들기름 두부부침도 겉바속촉의 정석.
* 양: 2인분을 시켰는데, 양이 상당히 푸짐했다. 공깃밥이 무한리필이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 가격: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묵은지 고등어조림 1인분에 8,000원, 들기름 두부부침 10,000원.
* 서비스: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음식도 빠르게 나오는 편이다.
* 분위기: 노포 분위기. 위생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 재방문 의사: 100%. 다음에는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
팁:
*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주차장이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 김과 깻잎은 묵은지 고등어조림과 함께 싸 먹으면 더욱 맛있다.
* 공깃밥은 무한리필이니, 마음껏 먹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