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바다의 향기가 스미는, 고갯마루에서 만난 추억의 칼국수 한 그릇: 현지인들의 숨겨진 맛집 순례기

어스름한 저녁, 고창으로 향하는 길은 굽이굽이 이어졌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시내에서 꽤 떨어진 한적한 변두리. 과연 이런 곳에 맛집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쯤, 저 멀리 독채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갯마루, 바로 그곳이었다. 왠지 모르게 현지인들만 알 것 같은 숨겨진 고창의 보석 같은 칼국수집이라는 직감이 왔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짭짤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건물 옆 작은 잔디밭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5시,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나무로 만든 투박한 메뉴판에는 해물칼국수, 녹두해물전, 콩국수 등 소박한 메뉴들이 적혀 있었다. 메뉴판 옆에는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문구가 정겹게 쓰여 있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은 소박하지만 정겹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따뜻한 보리차가 먼저 나왔다. 곧이어 깍두기, 김치, 고추장아찌 등 소박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채웠다. 특히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했고, 김치는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따뜻한 보리밥이 작은 그릇에 담겨 나왔다. 갓 지은 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리밥에 고추장을 살짝 넣어 비벼 먹으니, 잃었던 입맛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톡톡 터지는 보리알의 식감과 매콤한 고추장의 조화는, 그 자체로 훌륭한 에피타이저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물칼국수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쫄깃한 면발과 함께 새우, 쭈꾸미, 꽃게 등 다양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뽀얀 국물 위로 파, 김, 콩나물이 얹어져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해물칼국수
해산물의 시원한 향이 코를 간지럽히는 해물칼국수

테이블에 놓인 버너에 불을 켜고, 해물칼국수를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해물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국자로 국물을 떠서 맛을 보았다.

첫 맛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했다. 멸치 육수 베이스에 해산물의 풍미가 더해져 깊은 맛을 냈다. 면발은 직접 뽑은 듯 쫄깃쫄깃했고, 해산물은 신선함이 느껴졌다. 특히 쭈꾸미는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꽃게는 작았지만 특유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바삭한 녹두해물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해물전

해물칼국수와 함께 주문한 녹두해물전도 나왔다. 큼지막한 크기의 녹두해물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쭈꾸미, 새우, 맛살 등 다양한 해산물과 야채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 씹는 맛이 있었다. 특히 겉 부분의 바삭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젓가락으로 찢어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안 가득 고소한 풍미가 퍼졌다.

해물칼국수를 먹다가 조금 느끼하다 싶을 때는, 테이블에 놓인 다대기를 넣어 먹으면 된다. 다대기를 넣으니 국물 맛이 칼칼해지면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김칫국처럼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다.

해물이 듬뿍 들어간 녹두해물전
해물이 듬뿍 들어가 풍성한 식감을 자랑하는 녹두해물전

해물칼국수와 녹두해물전을 번갈아 먹으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 바삭한 녹두해물전의 조합은, 도저히 젓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고 나서야,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식당 앞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고갯마루. 이곳은 단순한 칼국수 맛집이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가 어우러진, 고창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에 고창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대구탕과 아구찜도 맛봐야지. 그리고 식사 후에는 바로 앞에 있는 월산상회 카페에서 마끼아또나 생딸기라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겨야겠다.

메뉴 가격표
다양한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이곳은 아기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아기 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돈가스 메뉴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식당으로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가파르니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한다.

고추 장아찌
칼국수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고추 장아찌
잘 익은 깍두기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는 언제나 옳다.
메뉴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나무 메뉴판
보리밥
에피타이저로 제공되는 톡톡 터지는 식감의 보리밥
해물칼국수 재료
싱싱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물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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