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 문이 열리는 소리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클럽디보은 CC에서의 라운딩을 마치고, 속리산 자락에 숨겨진 듯 자리한 복해가든으로 향하는 길.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웅장한 기와지붕과 돌담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기가 식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즈넉한 풍경에 압도당했다. 푸른 하늘 아래,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택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마당에 들어서자, 낡은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청아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따라 고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940년대에 지어졌다는 선병우 고택의 일부를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복해가든. 흙담 너머로 보이는 가을 풍경은 더욱 운치 있었다. 마치 시골 큰집에 초대받은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이곳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닌, 시간을 잊고 머무르고 싶은 특별한 장소였다.

미리 예약해 둔 덕분에, 기다림 없이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방은 따뜻한 온돌 바닥과 은은한 조명 덕분에 아늑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창밖으로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보던 고택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방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마치 액자 속에 담긴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치, 나물, 샐러드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갓 부쳐져 나온 따끈한 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소박하지만 깊은 맛이 느껴지는 반찬들을 맛보며, 메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오늘의 메뉴는 복해가든의 대표 메뉴인 능이오리백숙. 능이버섯의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히며, 건강해지는 느낌을 선사했다. 능이버섯은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풍미로 백숙의 맛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오리고기는 뼈와 살이 분리되어 있어 먹기에는 다소 불편했지만, 푹 삶아져 부드러운 식감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능이오리백숙의 국물은 정말 진국이었다. 오랜 시간 푹 끓여낸 덕분에,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능이버섯의 향과 오리고기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마치 보약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국물을 한 입, 두 입 마실 때마다 몸 속 깊은 곳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
함께 주문한 도토리묵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에 신선한 채소와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특히,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도토리묵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능이오리백숙의 국물에 밥을 넣어 끓인 죽이 제공되었다. 푹 익은 밥알은 국물의 깊은 맛을 그대로 흡수해, 정말 든든했다. 김치를 올려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고택 마당을 거닐며 소화를 시켰다. 따스한 햇살 아래, 고택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고택 뒤편에는 사랑채 한옥 카페가 있어, 커피 한 잔을 즐기기에도 좋았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고택의 정취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복해가든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고택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속리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보은의 맛집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능이오리백숙의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오리고기를 뼈와 분리해서 먹는 것이 다소 불편하다는 점이다. 또한,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복해가든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복해가든을 나서며, 문득 선병우 고택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이 고택은 조선 후기 학자인 선병우 선생이 지은 집으로, 그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고 한다. 고택은 아름다운 건축미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충청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고택을 둘러보며,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다음에는 꽃피는 봄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고택 마당에 꽃들이 만발하고, 싱그러운 새싹들이 돋아나는 풍경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그때는 능이오리백숙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특히, 여름에 들마루에서 즐기는 버섯찌개의 맛이 궁금하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속리산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다. 복해가든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힐링한 덕분인지,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