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시골길 따라가던 기억, 다들 있지 않으신가?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담벼락 너머로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도착한 할머니 댁. 그 따뜻한 정과 푸짐한 밥상이 어찌나 그리운지.
오늘은 그런 그리움을 달래줄, 전라북도 부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한정식집, 당산마루를 찾아 나섰다. 부안은 또 백합이 유명한 곳 아니겠어? 기대감을 한껏 품고,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굽이굽이 길을 따라 도착한 당산마루는, 마치 고향집에 온 듯 정겨운 기와집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맞아준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튼튼한 나무 대들보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다. 그 아래 걸린 은은한 조명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나무의 질감을 더욱 따뜻하게 비춰준다. 벽 한쪽에는 방문객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모습이 정겹다. 마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시골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진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정갈한 한정식 코스들이 눈에 띈다. 메뉴판 옆 나무에는 코스 가격이 적혀있는데, 왠지 모르게 정겹다. 20년 넘게 가격을 유지하시다가, 최근에 어쩔 수 없이 조금 올리셨다는 이야기에, 주인장의 고집과 정성이 느껴졌다. 오늘은 맘껏 먹고 가야겠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야,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니, 절로 탄성이 나왔다.

색색깔의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마치 할머니가 손수 차려주신 밥상 같았다. 놋그릇에 담긴 따뜻한 밥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갓 담근 김치의 붉은빛은 입맛을 절로 다시게 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부안 명물, 백합찜이었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백합은, 보기만 해도 싱싱함이 느껴졌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입에 넣으니,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이야… 이거 정말 물건이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씹을수록 단맛을 더했다.
싱싱한 생선회도 빼놓을 수 없지. 윤기가 좔좔 흐르는 횟감을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갔다.
초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신선한 바다의 향과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육사시미는 또 어떻고. 붉은 빛깔이 선명한 육사시미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참기름 소금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쫀득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육사시미의 풍미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서리태 된장이었다. 일반 된장과는 다른, 깊고 구수한 맛이 났다. 콩의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알고 보니, 이 집 된장은 직접 담근 서리태 된장이라고 한다. 커다란 솥에서 뭉근하게 끓여낸 서리태 된장의 깊은 맛은, никакие сложные 양념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정성과 시간의 맛이었다.
따뜻한 밥 위에 서리태 된장을 슥슥 비벼 먹으니, 이야…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한 숟갈 뜨면, 저절로 고향 생각이 나는 그런 맛이었다.
된장찌개에는 버섯도 듬뿍 들어가 있어서, 향긋한 버섯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두부와 함께 떠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밥 위에 빨간 젓갈을 올려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밥맛을 돋우어줬다.

어찌나 맛있던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짭짤한 장조림은 밥반찬으로 제격이었고, 아삭아삭한 콩나물무침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줬다.
특히 좋았던 점은, 모든 음식이 짜지 않고 간이 딱 맞았다는 것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리한 솜씨가 정말 대단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넓은 마당에 옹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옹기들의 모습은, 마치 할머니 댁 장독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정겨웠다. 저 옹기들 속에서 맛있는 장이 익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당산마루는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 푸근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배려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듯한 따뜻함과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 보니, 식당 건물 외관은 물론이고, 가게 앞에서 키우는 화초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이런 정성 덕분에 당산마루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었구나 싶었다.
부안 지역에 방문하신다면, 꼭 한번 당산마루에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과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부모님 모시고 와도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이 그리울 때, 당산마루는 언제든 기분 좋게 나를 맞아줄 것 같다. 다음에 또 부안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가야겠다.
아, 참! 계산할 때 보니, 영수증에 ‘당산마루’라는 상호와 함께 전화번호, 주소가 적혀 있었다. 혹시 예약하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듯하다. 참고)
오늘, 당산마루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뜻한 정과 맛을 되찾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런 맛집은 오래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