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땅에 발을 디딘 건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어라. 광한루원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 서문 공영주차장 근처의 남원 추어탕 거리로 향했지.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날씨 탓인지 뜨끈한 국물이 간절하더라고. 원래 봐둔 가마솥추어탕 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어쩌다 보니 ‘고향마루’라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는데, 이게 웬걸, 전화위복이 따로 없었지.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손님들이 추어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 다들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가더라니까. 신발을 벗어야 하는 식당은 왠지 불편해서 꺼렸는데, 다행히 테이블 자리만 있더라고. 바닥도 어찌나 깨끗한지, 주인장의 깔끔한 성격이 보이는 듯했어.
메뉴는 단 하나, 추어탕! 역시 맛집은 메뉴가 단출해야 한다니까. 가격은 12,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적당한 가격인 것 같아. 주문을 마치니, 사장님께서 푸근한 미소로 반겨주시는데, 마치 오랜만에 고향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어. 비에 젖은 나를 보시더니, 따뜻한 물수건까지 챙겨주시더라고. 이런 작은 배려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 거 아니겠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어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어.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다진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걸 보니, 얼른 한 숟갈 뜨고 싶어 혼났지.

밑반찬도 푸짐하게 차려졌는데, 김치, 깍두기, 콩자반, 어묵볶음 등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어. 특히, 잘 익은 김치는 추어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더라고. 젓가락으로 김치를 쭉 찢어 하얀 쌀밥 위에 올려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지.

자, 이제 본격적으로 추어탕 맛을 볼까나.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휘 저으니, 걸쭉한 국물에 미꾸라지와 시래기가 듬뿍 들어있는 게 눈에 띄었어. 한 숟갈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맛이야! 진하고 깊은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정말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 느껴지는 거 있지.
내가 평소에 즐겨 먹던 자극적인 추어탕과는 달리, 고향마루의 추어탕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어. 혹시라도 뼈가 씹히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찌나 곱게 갈았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 미꾸라지의 고소한 맛과 시래기의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냈어.
시래기도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어. 질기거나 억센 부분 하나 없이, 목 넘김이 어찌나 좋던지, 정말 술술 넘어가는 거 있지. 뜨끈한 국물에 밥 한 공기 말아서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더라니까.

먹다 보니,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게, 몸보신이 제대로 되는 기분이었어. 속이 따뜻해지는 건 물론이고, 온몸에 활력이 넘치는 것 같았지. 역시 이래서 사람들이 추어탕을 찾는구나 싶더라니까. 옆 테이블 손님들을 보니, 다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우는 모습이었어. 심지어 포장까지 해가는 손님들도 있더라고. 역시 맛있는 건 다들 알아보는 법이지.
사장님 인심도 어찌나 좋으신지, 국물이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하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국물을 조금 더 부탁드렸더니, 거의 한 그릇을 다시 주시는 거 있지. 인심 좋은 사장님 덕분에 배부르게 잘 먹을 수 있었어.

다 먹고 나니, 정말 든든하고 기분 좋더라. 마치 엄마가 해준 집밥을 먹은 것처럼, 속이 편안해지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괜히 남원 사람들이 추어탕, 추어탕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지.
고향마루는 남원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라고 해. 관광객들만 북적이는 식당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곳이라 더욱 믿음이 갔어. 가게는 테이블 자리로 되어 있고, 내부가 아주 깔끔해서 좋았어. 건물 옆에는 넓은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편리하겠더라.

남원에서 일하는 굴삭기 기사님들도 추천하는 맛집이라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뭐하겠어. 남원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들러서 고향마루 추어탕 맛을 보시길 강력 추천하는 바야. 아마 한 숟갈 뜨는 순간, 고향의 맛에 푹 빠지게 될 거라 확신해!
아, 그리고 혹시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팁 하나 알려줄게. 전라도식 추어탕은 제피가루를 넣어 먹는데, 고향마루에도 제피가루가 준비되어 있거든. 그런데 향이 강하지 않아서, 듬뿍 넣어 먹어도 입 안이 얼얼한 느낌은 덜하더라고. 혹시 제피가루 좋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라.

남원에서의 첫 식사를 너무나 만족스럽게 마쳐서, 앞으로 남원에 갈 일이 있으면 무조건 고향마루에 들러 추어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와야겠어. 여러분도 남원에 방문하시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아참, 그리고 여사장님인지 모르겠지만, 성격이 드럽다는 리뷰도 간혹 보이던데, 내가 갔을 때는 정말 친절하셨어. 아마 그날따라 기분이 안 좋으셨던 건지도 모르지. 너무 걱정하지 말고 방문해보시길 바라.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