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 냉면 맛집이 숨어있다는 소문을 듣고 얼마나 궁금했던지! 드디어 기회가 닿아 관산식당으로 향했다. 고흥읍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길가에 자리 잡은 식당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정겨운 분위기를 풍겼다. ‘칡냉면 전문’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이 왠지 모르게 믿음직스러웠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는데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넓은 주차장이 거의 꽉 차 있는 걸 보니,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보니, 단촐하게 냉면 (보통/곱빼기) 두 가지뿐! 메뉴 선택에 고민할 필요 없이 냉면 곱빼기를 시켰다. 얼마나 맛있길래 메뉴가 이거 하나뿐일까? 괜스레 기대감이 더 커졌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은 모두 좌식으로 되어 있었고, 창밖으로는 푸릇한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오래된 건물이라 세련된 느낌은 없었지만, 오히려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 사진과 설명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고흥 칡냉면 전문점”이라고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냉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비주얼이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 위에 칡 면, 오이채, 그리고 삶은 계란 반쪽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특이한 건 냉면 위에 듬뿍 뿌려진 깨소금 가루! 보통 냉면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비주얼이라 더욱 궁금해졌다.

젓가락으로 냉면을 휘휘 저어 면과 양념, 육수를 잘 섞은 후, 드디어 첫 입을 맛봤다. 와… 진짜! 차가운 면발이 입안으로 쫙 퍼지면서 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칡 면 특유의 쫄깃함과 함께,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깨소금 가루가 신의 한 수! 고소한 맛이 더해지니, 정말 지금까지 먹어본 냉면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육수는 살얼음 상태로 나오는데, 이게 녹으면서 점점 더 시원해진다. 팥빙수처럼 얼음이 가득한 비주얼 덕분에 먹는 내내 시원함이 유지되는 점이 좋았다. 살짝 얼어붙은 육수가 녹으면서 만들어내는 달짝지근하면서도 시원한 맛은 정말 최고였다.
보통 냉면집에서는 식초나 겨자를 넣어 먹는데, 여기는 아예 테이블에 그런 게 없다. 그만큼 육수 맛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실제로 먹어보니, 식초나 겨자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었다. 양념 자체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어서, 다른 건 더 넣을 필요가 없었다.
함께 나오는 열무김치도 냉면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밥을 갈아 넣은 듯한 개운한 맛이, 냉면의 새콤달콤함과 어우러져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무 초절임도 평범하지만 깔끔해서 좋았다. 솔직히 냉면만 먹어도 맛있지만, 이 열무김치랑 같이 먹으면 진짜 멈출 수가 없다.
면은 또 얼마나 쫄깃한지! 마치 갓 뽑아낸 듯 탱탱한 면발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면발이 너무 부드러워서 가위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도 가위를 쓰지 않고 냉면을 먹고 있었다.
정신없이 냉면을 흡입했다. 곱빼기를 시켰는데도,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양이 조금 적은 듯했지만, 맛이 워낙 훌륭해서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깔끔하게 다 먹으니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다 먹고 나니, 왜 이 집이 고흥 냉면 맛집으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흔히 먹는 냉면과는 차별화된, 독특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맛! 슴슴한 평양냉면과는 또 다른 매력의 상큼한 냉면이었다. 솔직히 냉면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여기 냉면은 정말 인생 냉면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맛있었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여쭤보니, 칡냉면 사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나오는 공장에서 가져온다고 하셨다. 역시 좋은 재료를 쓰는 곳은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좌식 테이블이라는 것.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한번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관산식당은 여름 한철에만 장사를 한다고 한다. 가을부터 늦봄까지는 문을 닫고, 여름에만 냉면을 판매하는 곳! 그만큼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올해 마지막 영업일은 10월 15일이라고 하니, 늦기 전에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나오는 길에, 다음에 고흥에 오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는 곱빼기 말고, 특곱빼기로 시켜서 먹어야지! 고흥에서 잊지 못할 냉면 맛집을 발견해서 정말 기뻤다.
참, 여기 포장도 가능한데, 포장은 20분 이내에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면이 불 수 있으니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냉동 면도 따로 판매한다고 하는데, 4월이 되어야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이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위생에 신경 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마지막 냉면 나오기 직전 고명 올리시는 남자분 한 분이 앞머리가 턱까지 오는데도 머리를 풀어헤치고 고명 얹는 모습은 조금 아쉬웠다. 다른 직원분들은 다 위생에 신경 쓰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맛은 변함없이 훌륭하니, 다음에는 좀 더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
관산식당에서 맛있는 냉면을 먹고, 나로도로 향했다. 역시 고흥은 맛있는 음식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관산식당은 고흥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가 될 것 같다.
고흥에 간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 그리고 곱빼기로 시키는 거 잊지 마세요! 진짜 후회합니다. 기본은 양이 좀 적어요. 저처럼 위대한 사람은 무조건 곱빼기!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고흥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관산식당에서 먹었던 냉면 맛을 떠올렸다. 시원하고 새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음 여름 휴가 때도 꼭 고흥에 와서 관산식당 냉면을 먹어야지!
관산식당 바로 옆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자차로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 하지만 피크 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조금 서둘러서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식당 근처에는 녹동 수산센터도 있으니, 냉면 먹고 싱싱한 해산물도 맛보는 것도 좋은 코스가 될 것 같다.

고흥에서 냉면 맛집을 찾는다면, 무조건 관산식당으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진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