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숨은 대구의 별미, 버들식당 본점에서 찾은 추억의 맛집

오랜만에 찾은 대구.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한 기분에,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골목길을 거닐었다. 낡은 간판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버들식당’이라는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잊고 지냈던 그 이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련한 기억 속, 어머니의 손을 잡고 왔던 그 곱창전골집이 아직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공간이 펼쳐졌다.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듯한 낡은 벽, 정겨운 분위기의 좌식 테이블들이 옛 모습 그대로였다. 신발장 열쇠를 받아 들고, 마치 보물이라도 맡겨두는 듯 신발을 소중히 넣었다.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뉜 구조는, 마치 미로 속을 탐험하는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테이블 사이 간격이 좁아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엿들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소란스러움이 정겹게 느껴졌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양념구이와 곱창, 대창, 불고기가 어우러진 ‘환상의 맛’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3인 세트를 주문하니, 매콤한 구이와 얼큰한 전골, 그리고 볶음밥까지 맛볼 수 있다는 설명에 망설임 없이 주문을 마쳤다. 1인분에 19,000원이라는 가격은 예전에 비해 다소 오른 듯했지만, 추억을 되짚는 여정에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버들식당의 메뉴판. 곱창, 대창, 양념구이 등 다채로운 선택지가 미식가를 설레게 한다.

주문을 마치자, 사장님께서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을 내어주셨다. 겉절이는 달콤하면서도 시원했고, 풋고추가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메인 요리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먼저 등장한 것은 매콤한 양념구이였다. 뜨겁게 달궈진 돌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곱창, 대창, 양파, 깻잎 등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나무 주걱으로 휘젓자, 붉은 양념이 재료 사이사이에 스며들며 더욱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냈다.

양념구이
돌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양념구이. 매콤한 향이 코를 찌르고,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식욕을 자극한다.

젓가락을 들어 곱창을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매콤한 양념은 단순히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곱창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대창은 곱창보다 조금 더 부드러웠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느낌이었다. 함께 볶아진 양파와 깻잎은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향으로 풍미를 더했다.

구이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곱창전골이 등장했다. 붉은 육수 위로 곱창, 대창, 불고기, 당면, 쑥갓, 팽이버섯 등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쑥갓과 팽이버섯을 듬뿍 올려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한 모습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곱창전골
붉은 육수와 푸짐한 건더기가 조화로운 곱창전골. 쑥갓과 팽이버섯을 듬뿍 올려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맛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었다. 곱창과 대창에서 우러나온 기름은 국물에 녹아들어, 더욱 깊은 풍미를 선사했다. 다만 기름진 느낌이 강해 탄산음료가 절로 생각났다.

곱창은 쫄깃했지만, 조금 질긴 감이 있었다. 반면 대창은 부드럽고 고소했고, 불고기는 달콤 짭짤한 맛으로 균형을 맞춰줬다. 당면은 국물을 흡수해 쫄깃했고, 쑥갓과 팽이버섯은 향긋한 향과 아삭한 식감으로 풍성함을 더했다.

전골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국물에 밥과 김가루, 야채 등을 넣고 볶아주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짭짤한 김가루, 그리고 매콤한 국물이 어우러져,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돌판에 눌어붙은 밥알을 긁어먹는 재미는 볶음밥의 백미였다.

볶음밥
남은 국물에 볶아먹는 볶음밥. 고소한 참기름 향과 짭짤한 김가루, 매콤한 국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어둑해진 밤거리가 나를 반겼다. 배부른 만족감과 함께,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전 그 맛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가격도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추억을 되짚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버들식당은 내게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 어머니와의 따뜻한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다. 비록 완벽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 기억들을 되살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다음에 다시 대구를 방문하게 된다면, 버들식당에 들러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가고 싶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곱창이 질기다는 평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평범한 맛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위생 상태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단점들마저도 버들식당만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정감이 가는, 그런 곳이 바로 버들식당이었다.

식당 외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버들식당의 외관. 푸른색 페인트칠이 인상적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본 곱창전골은, 분명 예전과는 다른 맛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추억과 정겨움은 여전했다. 어쩌면 맛은 변했을지라도, 내 마음속 버들식당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맛은 추억을 이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완벽함보다 소소한 정겨움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버들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는, 내게 그런 소중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식당 간판
푸른색 간판에 쓰인 ‘버들식당’ 네 글자.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흔적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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