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나는 부여 시외버스 터미널 뒤편의 오래된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그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자아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돼지막창 노포, ‘고향막창’이었다.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가게 문을 열자, 익숙한 막창 굽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가 뒤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두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돼지막창과 항정살을 주문했다. 사실 미국산 막창이라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왠지 이 집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주문 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마치 작은 잔치상이 펼쳐진 듯한 풍경이었다. 깻잎 장아찌, 콩나물 무침, 김치, 깍두기, 미나리 무침, 오이무침 등 다채로운 반찬들이 하나같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미나리 무침이었다. 참기름 향이 어찌나 진하던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막창이 불판 위에 올려졌다. 연분홍빛 막창은 신선해 보였고,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돼지막창 특유의 기름기가 지글지글 끓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나는 서둘러 막창을 뒤집으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잘 구워진 막창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이 집만의 비법 소스에 듬뿍 찍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한 맛만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소스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땅콩 소스에 날치알과 쪽파를 다져 넣은 듯했는데,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식감과 향긋한 쪽파의 풍미가 막창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특히 오이무침은 아삭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김치와 깍두기 또한 적당히 익어 막창과 곁들여 먹으니 최고의 조합이었다. 반찬 하나하나가 메인 메뉴 못지않은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막창 한 점, 밑반찬 한 입, 번갈아 가며 먹으니 질릴 틈이 없었다. 특히 돼지막창과 함께 주문한 항정살도 기대 이상이었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기름기가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숯불이 아닌 가스불에 구워 먹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맛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 즈음, 된장찌개가 나왔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된장찌개 안에는 두부, 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화장실이 다소 불편하다는 것이다. 가게 내부에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공간이 협소하고 오래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막창의 맛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골목길은 더욱 어둡고 고요해졌지만, 내 마음은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풍족했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막창’은 단순한 막창집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부여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맛있는 기억을 선물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여에서 만난 뜻밖의 발견,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땐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고향막창’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곱씹으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어쩌면 맛있는 음식보다 더 소중한 것은, 그곳에서 느꼈던 정겨움과 편안함이었는지도 모른다. 부여의 숨은 맛집 ‘고향막창’은 내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