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낮의 여유가 찾아왔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께서 슴슴한 나물 반찬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던 게 떠올랐다. 마침 다정동 근처에 볼일도 있어 겸사겸사, 어머니를 모시고 ‘토담주는보리밥’으로 향했다. 공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는 정보에, 식사 후 가볍게 산책을 즐길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2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꽤나 웅장했다. 건물 외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소주 1,900원’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점심부터 술 생각이 간절하진 않았지만,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벽돌 벽에 설치된 벽등은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통창 너머로 보이는 푸르른 공원 뷰였다. 식사를 하면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보리밥이 주 메뉴인 듯했지만, 삼겹살, 청국장 등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보리밥 2인분과 청국장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커다란 대접에 담긴 보리밥 위로 갖가지 나물들이 알록달록하게 놓여 있었다. 무생채, 콩나물, 열무김치, 취나물 등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곁들여 나온 쌈 채소들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코를 찌르는 듯한 요란함 없이, 은은하게 풍겨오는 풀 내음이 어딘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어머니께서는 특히 나물들의 간이 세지 않아 마음에 들어 하셨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레 나물들을 집어 맛보시더니, “짜지 않고 딱 좋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하신 어머니께서는 외식 메뉴를 고르실 때 늘 신경이 쓰였는데, 이곳의 나물들은 부드럽고 부담이 없어 안심이 되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젓가락으로 나물들을 골고루 섞어 보리밥과 함께 크게 한 입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다채로운 풍미가 일품이었다. 톡톡 터지는 보리밥의 식감과 향긋한 나물들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은근한 단맛이 감도는 무생채, 아삭한 콩나물, 쌉싸름한 취나물이 한데 어우러져 훌륭한 밸런스를 이루었다.

보리밥과 함께 나온 청국장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부터가 식욕을 자극했다. 쿰쿰하면서도 구수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고, 숟가락으로 한 입 떠먹으니 진하고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두부와 채소가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청국장 특유의 쿰쿰한 향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내 입맛에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어머니께서도 “청국장이 정말 구수하고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셀프바가 운영되고 있었다. 떡볶이, 호박죽, 숭늉 등이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떡볶이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어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었다. 호박죽은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훌륭했고, 식사 전후로 따뜻하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숭늉은 뜨끈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꼬막무침과 피자도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꼬막무침은 쫄깃한 꼬막과 매콤한 양념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참기름과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피자는 얇은 도우에 치즈와 야채가 듬뿍 올려져 있었는데, 보리밥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조화로운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따뜻한 숭늉으로 입가심을 했다. 은은하게 퍼지는 숭늉의 구수한 향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보니, 한쪽 코너에는 직접 만든 듯한 강정도 판매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강정을 좋아하시는지라, 선물로 하나 구입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바로 옆에 아름다운 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공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알록달록하게 물든 단풍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어머니께서는 “오랜만에 이렇게 좋은 곳에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으셨다.
‘토담주는보리밥’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경험이었다.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 푸짐한 인심,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다정동에서 가성비 좋은 한식 맛집을 찾는다면, ‘토담주는보리밥’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여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여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어머니께서는 연신 “오늘 정말 즐거웠다”며 말씀하셨다. 나 또한 어머니의 환한 미소를 보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토담주는보리밥’에서의 따뜻한 기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