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법성포,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르게 짭짤한 굴비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듯하다. 미식 연구가로서, 이 곳은 언젠가 꼭 방문해야 할 숙제 같은 곳이었다. 드디어 시간을 내어 법성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단 하나, 풍성한 집.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푸짐함에 대한 기대감은, 버스가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을 때마다 점점 더 증폭되었다.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곧장 ‘풍성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웅장한 건물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풍성한 집’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미식의 성전에 들어서는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건물 전체를 감싸는 듯한 기와지붕 스타일의 장식은 전통적인 멋을 더하며, 이곳이 굴비의 고장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고 깨끗한 홀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특히 어르신 손님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곳이 현지인들에게도 인정받는 맛집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나는 빈 테이블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단일 메뉴, 굴비정식 단 하나. 가격은 1인당 25,000원이다. 2인 이상 주문 시에만 가능하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혼자 온 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굴비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컸기에, 2인분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혼자서 2인분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미식 연구가로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젓갈류, 김치, 나물 등 다채로운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마치 잘 짜여진 효소 반응처럼, 시각적인 향연만으로도 이미 미뢰가 활성화되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메인 요리들이 등장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굴비 구이 두 마리, 짭짤한 향이 코를 자극하는 보리굴비, 매콤달콤한 고추장 굴비, 그리고 밥도둑 간장게장까지. 화룡점정으로, 뜨끈한 조기 매운탕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풍성한’ 한 상 차림이 완성되었다.
가장 먼저 굴비 구이부터 맛보았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듯, 굴비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했다. 입 안에서 부서지는 껍질의 식감과 부드러운 속살의 조화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처럼 완벽했다. 굴비 특유의 은은한 짠맛은, 글루타메이트 함량을 극대화하여 감칠맛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음은 보리굴비 차례. 숙성 과정을 거친 보리굴비는, 굴비 구이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꼬득꼬득한 식감과 깊은 풍미는, 마치 오랜 시간 발효된 치즈와도 같았다. 특히, 녹차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를 얹어 먹으니, 입 안에서 환상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다. 쌉쌀한 녹차의 탄닌 성분이 보리굴비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고추장 굴비는,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마성의 맛이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굴비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특히, 뜨거운 솥밥 위에 얹어 먹으니,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게 만드는 밥도둑이었다.
하지만, 이 날의 주인공은 단연 간장게장이었다. 신선한 꽃게를 사용하여 만든 간장게장은,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깊은 감칠맛만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게딱지에 붙은 내장을 긁어모아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간장게장의 아미노산과 핵산이 솥밥의 탄수화물과 만나 환상의 궁합을 이루며 뇌를 자극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녹진한 풍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든다.

조기 매운탕은,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굴비와 게장의 풍미가 워낙 강렬했던 탓일까, 아니면 조기 자체의 신선도가 조금 떨어졌던 탓일까. 국물에서 약간의 비린 맛이 느껴졌고, 간도 조금 짰다. 하지만, 다른 음식들이 워낙 훌륭했기에, 조기 매운탕의 아쉬움은 금세 잊혀졌다.
솥밥은,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밥을 덜어낸 후,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는,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완벽했다. 구수한 누룽지를 먹으니,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총평: 풍성한 집에서의 굴비정식은,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완벽에 가까운 밥상이었다. 굴비의 풍미, 간장게장의 감칠맛, 다채로운 밑반찬들의 조화는, 미식 연구가로서의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비록 조기 매운탕은 아쉬웠지만, 다른 음식들의 퀄리티가 워낙 훌륭했기에, 충분히 용서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석양 아래 빛나는 풍성한 집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영광 법성포에서 맛본 굴비정식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미식 경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 때는 꼭 6인 테이블에 앉아, 더욱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여행 꿀팁: 풍성한 집은 법성포 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하지만, 주차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주변 길가에 주차해야 한다. 식사 후에는, 법성포 주변을 산책하며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화장실에는 일회용 칫솔과 치약이 구비되어 있으니, 식사 후 깔끔하게 양치질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소소한 장점이다.
아쉬운 점: 테이블이 다소 좁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다양한 반찬들이 나오는데 비해 테이블 공간이 부족하여, 식사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또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음식 나오는 데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