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만 열리는 구례의 숨겨진 맛집, 한우식당에서 만난 인생 피순대

며칠 전부터 금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전라남도 구례, 그곳에서도 금요일 단 하루만 문을 연다는 특별한 식당, ‘한우식당’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이상하게도 ‘한우식당’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그곳의 주인공은 소가 아닌 돼지, 그것도 평범한 돼지가 아닌 ‘피순대’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주말을 앞둔 설렘과 함께, 과연 어떤 맛일까 하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구례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3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한우식당’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박한 모습이었다. 간판은 분명 ‘한우식당’인데,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금요일에만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인지,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모습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구례 한우식당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한우식당’의 정겨운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지 않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열 개 남짓,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순대와 국밥을 즐기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활기찼다. 벽 한쪽에는 허영만 선생님과 윤종신 씨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역시나 단출했다. 피순대와 순대국, 단 두 가지 메뉴만이 존재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피순대와 순대국을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갓김치, 깍두기, 배추김치 등 전라도 특유의 푸짐한 김치 삼총사를 비롯해, 양파, 마늘, 고추, 쌈장 등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특히 젓갈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김치들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한우식당 밑반찬
전라도 김치 삼총사를 필두로 푸짐하게 차려진 밑반찬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피순대가 나왔다. 큼지막한 접시 위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피순대와 돼지 부속이 가득 담겨 있었다. 막창 안에 선지와 야채를 가득 채워 넣은 피순대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함께 나온 돼지 부속은, 잡내 하나 없이 신선해 보였다.

한우식당 피순대
윤기가 흐르는 피순대와 신선한 돼지 부속의 향연

젓가락으로 피순대 한 점을 집어 들었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맛소금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한 선지와 야채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쫄깃한 막창의 식감 또한 훌륭했다. 왜 사람들이 ‘인생 피순대’라고 칭찬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함께 나온 돼지 부속 또한 훌륭했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돼지 특유의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부속은, 평소 돼지 부속을 즐겨 먹는 나에게는 최고의 술안주였다. 식탁 위에 놓인 조미료 통에는 후추가 아닌 산초 가루가 담겨 있었다. 산초 가루를 살짝 뿌려 먹으니, 독특한 향이 돼지 부속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한우식당 피순대와 밑반찬
피순대와 푸짐한 밑반찬의 조화

피순대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순대국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순대와 내장, 머리고기, 새끼보 등 다양한 부위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뽀얀 국물 위에는 송송 썰어 넣은 파와 다진 양념이 올려져 있었다. 뚝배기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이, 뱃속을 더욱 자극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진한 사골 육수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돼지 뼈를 오랜 시간 동안 푹 고아 끓인 듯, 묵직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진 양념을 풀어 넣으니,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더해졌다. 맑은 국물에 파와 양념이 어우러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한우식당 순대국
진한 사골 육수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순대국

순대국 안에는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순대는 물론, 쫄깃한 내장과 부드러운 머리고기, 꼬들꼬들한 새끼보까지, 다채로운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국내산만을 고집한다는 내장은, 하나하나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밥 한 숟가락을 국물에 말아, 순대와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묵은지를 올려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한우식당 순대국 속 피순대
순대국 안에 푸짐하게 들어있는 피순대

정신없이 순대와 국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금요일에만 맛볼 수 있다는 특별함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맛있는 음식 때문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식당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마자, 며칠 동안 만든 순대가 하루 만에 다 팔린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한우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금요일에만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 정겨운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구례에 다시 방문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금요일에 맞춰 ‘한우식당’을 찾아야겠다. 그때는 피순대와 순대국은 물론, 산수유 막걸리까지 곁들여 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구례 맛집, ‘한우식당’에서 만난 피순대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 금요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한우식당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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