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 속 시장은 늘 활기 넘치는 에너지와 따뜻한 인심이 가득한 곳이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 맛있는 음식 냄새,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잊고 지냈던 시장의 정겨움을 찾아 용산에서 가까운 금호동 금남시장으로 향했다. 최근 방송에도 소개되고 유명 유튜버도 다녀갔다는 김경자원조손칼국수보쌈. 왠지 모를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골목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풍겨오는 훈훈한 기운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노란색 간판에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쓰인 “김경자원조손칼국수보쌈”이라는 상호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 위에는 옹기종기 매달린 백열전구들이 따스한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온기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이미 많은 손님들이 칼국수와 보쌈을 즐기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신 김치를 입으로 가져가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그런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칼국수, 칼제비, 비빔밥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칼국수 한 그릇이 5,000원이라니. 마치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칼국수와 함께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보쌈도 주문했다. 보쌈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푸짐한 양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가 테이블에 놓였다. 멸치 육수의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면 위에는 김 가루와 잘게 썰린 파가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멸치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면은 쫄깃쫄깃하고 부드러웠다. 갓 만들어낸 듯한 신선함이 느껴졌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맛이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기본에 충실한 칼국수였다.
칼국수를 먹는 동안, 겉절이 김치가 계속해서 입맛을 돋우었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겉절이 김치를 즐겨 먹지 않는 나조차도, 이 집 김치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칼국수와 김치의 조합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쌈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쌈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얇게 썰린 보쌈 위에는 싱싱한 쪽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보쌈과 함께 나온 보쌈김치는 밤과 굴이 듬뿍 들어가 있어 더욱 특별했다.

보쌈 한 점을 집어 새우젓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부드러운 식감만이 느껴졌다. 특히 보쌈김치는 정말 훌륭했다. 굴의 싱싱함과 밤의 달콤함, 그리고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했다. 보쌈과 보쌈김치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했다.
칼국수와 보쌈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빵빵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맛있는 음식을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니. 정말 아쉬웠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반찬 가게가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김치와 반찬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특히 80대 후반의 어머님도 맛있게 드신다는 이야기에, 왠지 모를 믿음이 갔다.

기분 좋게 배를 두드리며 가게 밖으로 나왔다. 금남시장은 여전히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과일을 파는 상인, 호떡을 굽는 아주머니,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과일과 호떡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맛보았던 칼국수와 보쌈의 여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정성 가득한 맛. 김경자원조손칼국수보쌈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따뜻한 추억과 정겨움을 선물하는 곳이었다.
비록 주차 공간이 없고 화장실이 외부에 있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금호동 주민들에게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숨은 맛집이라고 한다. 동네 주민들의 추억이 깃든 식당이라는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김경자원조손칼국수보쌈은 내게 잊고 지냈던 시장의 정겨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었다.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화려한 음식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소박하고 정감 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도 큰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에 또 금호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김경자원조손칼국수보쌈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칼제비와 비빔밥도 꼭 맛봐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시장 인심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아,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이 곳은 칼국수도 맛있지만 비빔밥도 숨은 강자라고 한다. 특히 꼬막 비빔밥은 꼭 먹어봐야 할 메뉴라고 하니, 방문 시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4인 가족이 방문한다면 보쌈 大자와 칼국수 2개를 시켜 푸짐하게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칼국수 1인분을 시켜 2개로 나눠달라고 요청하면, 인심 좋게 양을 넉넉하게 주신다고 하니, 이 점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이 맛집은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한, 현금을 선호하는 듯하니, 현금을 챙겨가는 것도 잊지 말자. 그리고 일요일은 휴무이니, 헛걸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금남시장의 따뜻한 정과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저렴하고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보쌈의 맛. 김경자원조손칼국수보쌈은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