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한 상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따스한 추억 소환이었다. 울산,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지는 도시. 그곳에서 ‘반달곰’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식당을 찾아 나섰다. 낡은 듯 정감 있는 외관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듯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요즘 세상에 웨이팅이라니. 반신반의하며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시간 여행자가 되었다. 50대에서 70대 어르신들이 어릴 적 집에서 직접 만두를 빚어 먹던 그 시절의 향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메뉴는 단 하나, 버섯만두전골. 그것도 얼큰한 맛으로 세 개를 주문했다. 테이블에 놓인 냄비는 넉넉한 인심을 닮아 푸짐했다. 얇게 썰어 켜켜이 쌓아 올린 붉은 빛깔의 샤브샤브용 고기와, 뽀얀 면발의 칼국수, 형형색색의 버섯과 채소들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직접 빚은 듯 투박한 모양새의 만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풍경이었다. 사진 속 붉은 고기의 선명한 색감과 신선함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냄비 안은 금세 향긋한 버섯 향과 매콤한 양념 냄새로 가득 찼다. 뽀얗게 피어오르는 김은 렌즈를 뿌옇게 만들었지만, 그마저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국자로 육수를 떠 맛보니, 깊고 시원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만두는 정말이지 부드러웠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특히 김치만두는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았다. 고기만두는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빚어주시던 바로 그 맛.
샤브샤브는 자칫 싱거울 수 있다는 말에, 양념을 조금 더 부탁드렸다. 그랬더니 간이 딱 맞아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붉은 육수 속에서 익어가는 버섯과 채소, 고기는 눈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어느 정도 건더기를 건져 먹고 난 후, 칼국수를 넣었다. 쫄깃한 면발이 얼큰한 육수를 머금어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칼국수 면에 간이 되어 있는지, 마지막에 육수가 조금 짜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육수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마치 라면에 밥을 말아 먹는 듯한 익숙한 맛이지만, 인스턴트의 자극적인 느낌은 덜하고 깔끔함이 더해진 맛이라고나 할까.

반달곰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배부름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과 푸근한 분위기, 그리고 정겨운 사람들. 울산 맛집, 반달곰은 그런 곳이었다. 긴 기다림 끝에 맛보는 한 끼 식사는, 기다림마저 잊게 할 만큼 충분히 가치 있었다.
나오는 길, 벽에 쓰인 “기다릴 만두 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기다릴 만두 해. 이 맛이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반달곰을 나섰다.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