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마주한 황홀경, 군산 순돌이곱창에서 맛보는 추억의 로컬 맛집

군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 창밖 풍경은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갔다. 목적지는 단 하나, 서울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는 순돌이곱창. 곱창과 막창에 깃든 숯불 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쳤다. 과연 얼마나 맛있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걸까? 기대감과 함께, 오래된 골목 어귀에 숨겨진 보석 같은 군산 맛집을 찾아 나섰다.

골목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기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낡은 간판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 저녁 5시 반,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웨이팅이 시작된 것이다. 기다림은 각오했지만, 맛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순돌이곱창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순돌이곱창’ 간판.

약 5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테이블마다 곱창, 막창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연탄불 앞에서 쉴 새 없이 곱창을 구워내는 할머니의 모습이 정겨웠다. 마치 90년대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메뉴판은 단출했다. 곱창, 막창, 목살, 갈비. 고민 끝에 막창 2인분과 곱창 1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얇게 부쳐낸 파전, 양배추 샐러드, 깻잎, 그리고 묘하게 중독성 있는 얇은 어묵이 들어간 오뎅국. 특히 오뎅국은 흔히 먹던 어묵과는 다른, 얇고 독특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메인 메뉴. 숯불 향이 코를 찌르는 붉은 양념의 곱창과 막창 위에는 숭덩숭덩 썰어 넣은 대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곱창과 막창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했다.

곱창과 막창
윤기가 흐르는 곱창과 막창의 향연.

젓가락을 들어 막창 하나를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 입안 가득 퍼지는 숯불 향과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특히 대파와 함께 먹으니, 은은한 파 향이 곱창, 막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줬다.

곱창 역시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곱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자랑했다. 맵달한 양념은 과하지 않고 적당해서 곱창, 막창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았다. 왜 이곳이 군산 사람들은 물론, 외지인들에게까지 사랑받는 맛집인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김치찌개
술을 부르는 서비스 김치찌개.

술을 주문하자, 김치찌개가 서비스로 나왔다.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고기 양념이 센 편이라 김치찌개의 시원함이 더욱 조화롭게 느껴졌다. 멸치 육수 베이스에 돼지고기의 깊은 맛이 더해진 국물은 밥과 술을 절로 부르는 마성의 맛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파전 위에 곱창, 막창을 싸서 먹으니 또 다른 별미였다. 얇고 바삭한 파전의 식감과 매콤달콤한 곱창, 막창의 조화는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인도 음식 난에 고기를 싸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깻잎에 싸 먹어도 향긋한 깻잎 향이 곱창, 막창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줬다.

곱창
불향 가득한 곱창의 자태.

4명이서 막창 2인분, 곱창 2인분, 목살 2인분을 시키고 소주 6병을 비웠다. 푸짐한 양 덕분에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넉넉한 인심 덕분에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었다. VAT 포함 10만원, 가격 또한 합리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목살은 호주산이라 그런지 다른 메뉴에 비해 평범했고, 오뎅국은 멸치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또한,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웨이팅은 필수였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9시 이후에는 입구 컷 당할 수도 있다고 하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옷에 밴 곱창 냄새가 진동했다. 하지만 그 냄새마저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긴 기다림 끝에 맛본 순돌이곱창의 곱창과 막창은,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할 만큼 훌륭했다. 군산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순돌이곱창은 반드시 다시 찾아야 할 곳 1순위로 꼽을 것이다.

곱창 근접샷
곱창의 쫄깃함이 느껴지는 근접 사진.

순돌이곱창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연탄불 앞에서 곱창을 굽는 할머니의 손길, 왁자지껄한 분위기, 푸짐한 인심,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맛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군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순돌이곱창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맛집이다. 단,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곱창과 막창은,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할 것이다. 숯불 향 가득한 곱창, 막창과 함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군산의 밤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밑반찬
푸짐한 밑반찬은 기다림을 달래주는 친구.

나는 순돌이곱창에서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군산이라는 도시의 따뜻한 정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땐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돌아오는 기차 안, 창밖에는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순돌이곱창에서의 행복한 기억들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군산, 그리고 순돌이곱창.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이곳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젓가락으로 집은 막창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맛.
김치찌개 확대샷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찌개 국물.
순돌이곱창 외부
골목길에 자리 잡은 ‘순돌이곱창’의 정겨운 모습.
막창과 대파
막창과 대파의 환상적인 조합.
곱창과 막창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곱창, 막창 한 상 차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