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횟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싱싱한 해산물과 시원한 술 한 잔에 대한 기대감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기분 좋은 떨림을 선사했다. 드디어 도착한 곳은, 간판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세월의 흔적이 왠지 모를 신뢰감을 주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활기찬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그들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미리 예약해둔 덕분에, 비교적 조용한 구석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기도 전에, “오늘 뭐가 제일 좋아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주인 아주머니는 망설임 없이 ‘모듬회’와 ‘조개탕’을 추천해주셨다. 마치 이미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노련한 추천이었다.

주문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들이 쉴 새 없이 테이블 위로 쏟아져 나왔다. 따뜻한 죽으로 시작하여, 꼬막, 멍게, 해삼 등 싱싱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꼬막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멍게의 향긋한 바다 내음은, 마치 내가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해삼의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은, 신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회가 등장했다. 광어, 우럭, 도미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특히 도미의 붉은 빛깔은, 마치 석양을 담아 놓은 듯 아름다웠다. 나는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도미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은,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와 함께 최고의 맛을 선사했다. 신선한 회는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광어는 특유의 담백함이 돋보였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고, 함께 나온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배가 되었다. 우럭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탄력은,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회 한 점, 술 한 잔을 번갈아 마시며, 나는 점점 그 맛에 빠져들었다.

모듬회와 함께 주문한 조개탕은,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각종 조개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었고,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캬!”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술안주로도 좋았지만, 해장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조개는 쫄깃했고, 국물은 시원했다. 특히 큼지막한 조갯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싱싱한 석화도 빼놓을 수 없었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석화는,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레몬즙을 살짝 뿌려 입안에 넣으니, 바다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킨 듯한 느낌이랄까. 석화의 신선함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테이블 위는 점점 술병으로 가득 채워져 갔다. 나는 어느새 술에 취해, 옆 테이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가 함께 웃고 떠드는 분위기는, 마치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있는 듯 편안했다. 술에 취한 나는, 세상 걱정 없이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횟집에서 나왔던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다. 필름이 끊긴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시달리며 간신히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어젯밤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그 횟집을 찾을 것을 다짐했다. 이번에는 술을 적당히 마시고, 맛있는 음식들을 제대로 음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꼭,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인 아주머니께 여쭤봐야겠다. 어쩌면 잊고 싶지 않은, 특별한 추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 횟집은 분명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 대비 훌륭한 퀄리티의 해산물과 푸짐한 밑반찬은, 그 모든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정겹고 활기찬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나는 이 횟집을,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사람들의 웃음과 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술에 취해 기억을 잃어버릴 만큼 즐거웠던 그 밤, 나는 그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미추홀구에서 맛있는 횟집을 찾는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