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창밖으로 빗방울이 톡, 톡 떨어지는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묘하게 장어덮밥이 당겼다. 후쿠오카에서 맛보았던, 혀끝을 감도는 달콤 짭짤한 그 맛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래, 오늘은 장어덮밥을 먹어야겠다 결심했다. 마산으로 향하는 차창 밖 풍경은 빗물에 흐릿하게 번져, 마치 오래된 수채화 같았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묵직한 회색빛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본길’이라는 간판이 정갈하게 걸려 있었다. 외관은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이었고, 2층에는 룸 형태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일 듯했다. 주차장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차를 댈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나무 향과 함께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한식 민물장어덮밥과 일식 민물장어덮밥,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잠시 고민에 빠졌다.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맛을 떠올리며, 일식 민물장어덮밥을 주문했다. 곁들임 메뉴로 뼈구이와 장어튀김우동도 있었지만, 오늘은 오롯이 장어덮밥 본연의 맛에 집중하고 싶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덮밥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무 쟁반 위에 정갈하게 놓인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 한 마리가 밥 위에 얹혀 있었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반찬들이 작은 그릇에 담겨 나왔다. 김 가루와 송송 썰린 파, 그리고 와사비가 준비되어 있었다.

젓가락을 들어 장어 한 점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겉은 윤기가 흐르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드디어, 첫 입을 입안에 넣는 순간.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익숙하면서도 낯선 맛이 혀끝을 감쌌다. 후쿠오카에서 먹었던 장어덮밥과는 또 다른,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듯한 맛이었다.
따뜻한 밥 위에 얹어진 장어는, 그 자체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밥알 한 알 한 알에 스며든 장어의 풍미는,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김 가루와 파를 곁들여 먹으니, 향긋함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으니, 알싸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장어의 식감이 다소 질겼다. 젓가락으로 쉽게 잘리지 않았고, 입안에서도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밥 역시,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밥과 차가운 장어의 온도 차이가 느껴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듯했다.

이곳에서는 녹찻물에 밥과 장어를 말아 먹는 ‘오차즈케’ 스타일도 제공한다.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먹는 방법을 안내해 주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녹찻물에 말아 먹으니, 장어의 풍미가 희미해지는 듯했다. 녹차의 쌉쌀한 맛이 장어의 달콤함을 덮어버려,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다.
후쿠오카에서 맛보았던 장어덮밥의 감동을 기대했던 탓일까. 솔직히 말하면,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식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와 넉넉한 주차 공간,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는 칭찬할 만했다. 특히, 2층 룸은 가족 모임이나 회식 장소로도 좋을 듯했다.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마셨다. 비록 완벽한 장어덮밥은 아니었지만, 마산 ‘본길’에서의 식사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어쩌면, 완벽한 맛은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맛집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언제나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법이니까.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한식 민물장어덮밥을 먹어봐야겠다.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이, 어쩌면 내 입맛에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장어의 식감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마산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차창 밖 풍경은 더욱 흐릿하게 번져, 마치 꿈속을 헤매는 듯했다. 오늘 맛본 장어덮밥은, 내 기억 속 한 페이지에 조용히 자리 잡을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추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