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어. 목적지는 한성대역 근처, 1969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국시집’이라는 곳이었지. 낡은 벽돌 건물에 덩굴이 덮인 외관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줬어. 요즘 번쩍거리는 식당들과는 다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정겨운 모습이었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손님들이 꽤 있더라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고, 다들 조용히 식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어. 평균 연령대가 좀 높아 보였는데, 다들 오랜 단골인 듯 편안해 보였어. 나도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지.

메뉴판을 보니 국시, 수육, 전 이렇게 세 가지가 주력 메뉴인 것 같았어. 둘이서 수육(소), 전(소), 그리고 국시 곱빼기를 시켰지. 곱빼기를 시키니 직원분이 친절하게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겠다는 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어. 이런 소소한 친절이 참 고맙잖아.
주문을 하고 나니, 김치, 깻잎, 열무김치, 부추김치 등 밑반찬이 깔끔하게 차려져 나왔어. 특히 김치가 눈에 띄었는데, 묵은지 특유의 깊은 맛이 벌써부터 기대되더라고.

드디어 기다리던 국시가 나왔어. 뽀얀 국물에 부드러워 보이는 면발, 그리고 고명이 살짝 올라간 모습이 소박하면서도 정갈했지. 국물을 한 숟갈 떠 먹어보니, 진한 사골 육수의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거야. 간은 삼삼한 편인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했어.
면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넘어가는 게 정말 일품이었어. 면발의 두께도 제각각인 게, 직접 손으로 반죽하고 칼로 썰어 만든 면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지. 이런 정성이 깃든 면발은 정말 오랜만이었어.

특히 묵은지는 국시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어.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사골 육수의 맛을 묵은지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잡아주니, 정말 끊임없이 들어가는 거야.
수육도 빼놓을 수 없지. 야들야들하게 잘 삶아진 수육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았어. 깻잎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깻잎 향과 고소한 수육의 조화가 정말 훌륭했지.

그리고 기대했던 전! 특히 겨울 제철인 굴전이 나왔는데, 마치 집에서 갓 부쳐낸 듯 따뜻하고 고소했어. 굴 특유의 향긋한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정말 행복했지.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양이 조금 부족하다는 거였어. 특히 남자분들은 곱빼기를 시켜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가격이 칼국수 치고는 조금 비싼 편이라는 생각도 들었어.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만 원이라는 가격은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지.
또, 주차장이 따로 없다는 점도 아쉬웠어. 가게 앞에 두세 대 정도 주차할 공간은 있지만, 자리가 없을 경우에는 주변 골목에 알아서 주차해야 하니 참고하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들을 모두 잊게 할 만큼, 국시 맛은 정말 훌륭했어.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 부드러운 면발, 그리고 맛깔스러운 김치까지, 모든 게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지.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왜 이 집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왔는지 알 수 있었어. 화려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따뜻한 국시 한 그릇은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기에 충분했지.
돌아오는 길에,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 집 국시를 즐겨 드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어. 나도 대통령 입맛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랄까?
한성대 근처, 성북동 골목에 숨어있는 작은 맛집 ‘국시집’. 겉모습은 허름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맛과 정성은 그 어떤 화려한 음식점보다 훌륭했어. 혹시 이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서 따뜻한 국시 한 그릇 맛보길 추천할게.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 그리고 겨울에 방문한다면 꼭 따뜻하게 입고 가. 자동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홀에 앉으면 조금 추울 수도 있거든. 하지만 그런 불편함도 잊게 할 만큼 맛있는 국시가 기다리고 있으니, 걱정 말고 방문해 보라고!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한번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분명 부모님도 옛날 생각하면서 맛있게 드실 것 같아. 나처럼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일 거야.
오늘도 따뜻한 국시 한 그릇 덕분에,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하루였어.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 다음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기대되는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