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향기 따라 찾아간 고창 맛집, 바다마을 장어의 풍미

고창으로 향하는 길, 9월의 끝자락은 붉은 꽃무릇의 향연으로 물들어 있었다. 선운사의 상사화를 뒤로하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숯불 향에 이끌려 ‘바다마을 장어’에 도착했다. 동호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한 이곳은, 오래전부터 가족들과 함께 찾던 추억이 깃든 장소다. 싱싱한 장어 맛은 물론, 식사 후 바닷가를 거닐며 소화시키는 여유로움까지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가게 문을 열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장어 굽는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넓은 매장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다행히 기다림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20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내공이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메뉴를 펼쳐보니,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장어구이였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사이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오늘은 장어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 소금구이 1kg을 주문했다. 곁들임 메뉴로 칼국수 대신 장어탕을 추천하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서 장어탕도 하나 추가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숯불이 놓이고 기본 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깻잎 장아찌, 묵은지, 김치 등 장어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깻잎 장아찌는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풍미가 일품이었는데, 장어와 함께 먹으면 느끼함은 잡아주고 풍미는 더욱 끌어올리는 마법을 부렸다. 김치 또한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장어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장어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장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가 등장했다. 숯불 위에 올려진 장어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큼지막한 크기를 자랑하는 장어는, 싱싱함이 눈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직원분들이 직접 구워주시는 덕분에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익어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장어가 익어갈수록 고소한 냄새가 더욱 강렬해졌고, 기다림은 점점 더 힘겨워졌다.

숯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장어 소금구이
숯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장어 소금구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장어 한 점을 깻잎 장아찌에 싸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장어의 풍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숯불 향이 은은하게 배어 더욱 깊어진 맛은, 20년 넘게 이 집을 찾은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또한 훌륭했고, 신선한 재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단맛은 미각을 자극했다.

소금구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을 때, 장어탕이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장어탕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장어구이의 느끼함을 씻어주는 역할을 했다. 장어 살도 푸짐하게 들어있어,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었다.

따뜻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장어탕
따뜻하고 깊은 맛이 일품인 장어탕

어느덧 장어 한 마리를 뚝딱 해치우고, 두 번째 장어를 숯불 위에 올렸다. 이번에는 깻잎 장아찌뿐만 아니라, 묵은지와도 함께 싸 먹어 보았다. 아삭아삭한 묵은지의 식감과 새콤한 맛이 더해지니,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장어 맛을 음미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벽에 붙어있는 유명인들의 싸인이 눈에 띄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동호해수욕장을 천천히 거닐며, 소화를 시켰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맛있는 장어로 가득 채운 배를 두드리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옷에 냄새가 배는 것과, 1kg에 79,000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다소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숯불 위에서 먹기 좋게 잘라진 장어
숯불 위에서 먹기 좋게 잘라진 장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마을 장어’는 고창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고창 장어 맛집임에 틀림없다. 신선한 재료, 20년 전통의 손맛, 그리고 푸근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여 맛있는 장어를 즐기며 추억을 만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음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양념구이도 함께 맛봐야지.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은은한 숯불 향이 가득했다. 고창에서의 행복한 추억과 함께, ‘바다마을 장어’의 깊은 풍미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깻잎 장아찌와 함께 먹는 장어
깻잎 장아찌와 함께 먹는 장어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장어
장어구이
노릇하게 구워진 장어
선운사 꽃무릇
붉게 피어난 꽃무릇
장어
초벌구이된 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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