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아이의 첫돌, 승진… 인생의 특별한 순간들을 기념하기 위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대전의 ‘호산’이다. 몇 년 전, 아내와의 기념일을 맞아 처음 방문했던 그 날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로도 런치 오마카세를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더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런치 영업을 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워낙 명성이 자자해진 탓에 가격도 꽤나 올랐고, 예약 경쟁 또한 치열해졌지만, 올해는 기필코 다시 한번 방문하리라 다짐하며, 지난 기억을 더듬어본다.
호산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하게 풍기는 나무 향과 정갈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 안는다. 차분한 조명 아래, 가지런히 놓인 테이블 세팅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 받침 위에 놓인 하얀색 천, 앙증맞은 물고기 그림이 그려진 작은 접시, 그리고 옻칠이 곱게 된 젓가락까지,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마치 고요한 숲 속에 자리한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랄까.

자리에 앉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이 놓인다. 사케와 일본 소주 리스트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데, 술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궁금해지는 술들이 많다. 오늘은 어떤 술과 함께 스시를 즐겨볼까, 잠시 고민에 빠진다.
호산에서는 이승철 셰프의 손길을 거친 최고의 스시를 맛볼 수 있다. 신라호텔 아리아께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은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나 있다. 8년째 호산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는 그는, 한 점 한 점 혼을 담아 스시를 쥐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손에서 탄생하는 스시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예술 작품과도 같다.
오마카세 코스가 시작되면, 셰프는 그날의 신선한 재료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 요리 쇼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2시간 30분 동안, 셰프와 직원들은 오롯이 손님에게 집중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들의 친절함과 세심한 배려 덕분에, 나는 마치 특별한 귀빈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부드러운 차완무시.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푸딩 같은 식감과 은은한 다시마 향이 식욕을 돋운다. 이어서 신선한 사시미가 등장한다. 붉은 빛깔의 참치, 희고 투명한 도미, 윤기가 흐르는 연어… 눈으로 보기만 해도 신선함이 느껴진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집어 입에 넣으니,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맛과 향이 황홀경을 선사한다.

드디어 스시가 등장할 차례. 셰프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밥을 쥐고, 신선한 네타를 올려 스시를 완성한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셰프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탄생한 스시는,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다.
가장 먼저 맛본 것은 도미 스시.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다음으로는 참치 스시.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움과 풍부한 지방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호산에서는 흔히 접하기 힘든 특별한 스시들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아귀 간 스시, 전복 내장 소스를 곁들인 스시 등, 셰프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스시들은 미식 경험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특히, 아귀 간 스시는 녹진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이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전복 내장 소스의 깊고 진한 맛 또한 일품이다.
스시를 맛보는 중간중간, 셰프는 스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시의 역사, 재료에 대한 설명, 맛있게 먹는 방법 등, 그의 이야기는 스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달콤한 디저트. 말차로 만든 테린은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특히, 한강 이남 최고의 말차 테린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호산의 오마카세 코스는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남자도 배부를 정도로 푸짐하게 제공되니, 배를 비우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약 3시간 동안 30가지 요리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셰프의 정성과 푸짐한 인심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호산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최고급 식재료와 숙련된 셰프의 기술, 그리고 훌륭한 서비스를 고려하면, 결코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오히려, 서울의 유명 스시야들과 비교해도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쯤은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을 때, 호산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호산은 완벽한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전에는 오래전부터 예약이 가능했지만, 노쇼 문제 때문에 현재는 예약 개시일에 다음 달 1일부터 말일까지의 예약만 가능하다. 11석 정도의 카운터석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예약 잡기가 매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1인 예약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니, 혼자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셰프 바로 앞자리에 앉으면, 더욱 생생하게 스시를 즐길 수 있다.

호산은 대전에서 오마카세를 맛보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전식, 메인, 디저트까지 모든 코스가 훌륭하고, 맛과 서비스 모두 만족스럽다. 대전 최고의 스시 맛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호산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다. 셰프의 장인 정신과 정성이 담긴 스시를 맛보며, 나는 미식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 기념하고 싶은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호산을 방문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주차는 주변에 있는 공용 유료 주차 공간이나 건물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공용 유료 주차 공간은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다.
호산을 방문하고 나면, 다른 스시집에서는 만족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호산의 스시는 특별하고 훌륭하다. 나 역시 호산에서 스시를 맛본 후,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샤리의 초가 약해서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니싱 소바나 굴튀김은 다소 아쉽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호산은 서울 강남의 유명 스시야들과 견주어도 훌륭한 수준이다.
호산은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고집스러운 장인의 쇼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여 완급 조화를 이루는 그의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호산에서의 식사는 마치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경험 중 하나와 같다.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하는 호산. 나는 앞으로도 특별한 날마다 호산을 찾을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스시를 맛보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