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내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며칠 전부터 눈여겨봤던 김해의 한 돼지구이집으로 향했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낼 겸, 일부러 조금 일찍 출발했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는 길은 정말이지 한적한 시골 풍경 그 자체였다. 논밭이 펼쳐지고, 저 멀리 낮은 산들이 겹겹이 보이는 풍경은 도시에서 찌든 내 마음을 차분하게 정화시켜 주는 듯했다.
드디어 목적지에 가까워졌다는 내비게이션의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좁은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거짓말처럼 눈앞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짙은 회색빛 돌담과 야자수가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여기가 정말 김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주변 풍경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차 공간은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맛집인 듯했다. 입구에는 ‘로담’이라는 간판이 나무판에 새겨져 있었는데, 그 글씨체마저도 어딘가 모르게 제주도의 감성을 담고 있는 듯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함께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처럼 꾸며진 공간은 여느 고깃집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를 안내받고 앉으니, 직원분께서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크게 돼지구이와 사이드 메뉴로 나뉘어져 있었다. 돼지구이 메뉴 중에서는 크라운 립 세트가 가장 눈에 띄었다. 폭립과 삼겹살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폭립이 이미 품절된 상태였다. 직원분께서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삼겹살을 추천해주셨다. 듀록 삼겹살은 이곳의 대표 메뉴 중 하나라고 했다. 고민 끝에 듀록 삼겹살 3인분과 된장찌개, 그리고 명란 간장 계란밥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깻잎 장아찌, 갓김치, 묵은지, 쌈 채소 등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특히 깻잎 장아찌는 향긋한 향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갓김치는 적당히 익어 아삭한 식감이 좋았고, 묵은지는 돼지구이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밑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보통 고깃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셀프바가 없다는 점이 특이했다. 대신, 벨을 누르면 직원분께서 직접 밑반찬을 가져다주시는 시스템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오히려 더 신선하고 깔끔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듀록 삼겹살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나무 도마 위에 초벌된 삼겹살과 새송이버섯이 함께 올려져 나왔다. 겉은 노릇노릇하게 익었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비주얼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초벌 덕분에 고기에는 은은한 훈연 향이 배어 있었다. 직원분께서는 고기를 굽는 방법과 맛있게 먹는 팁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불판은 테이블 옆에 있는 낮은 화로 형태였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름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라고 한다.
불판 위에 삼겹살을 올리자,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초벌이 되어 나온 덕분에 금방 익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삼겹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은 정말이지 군침이 돌게 했다. 제일 먼저 소금에 살짝 찍어 맛을 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풍미는 정말 최고였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왜 이곳이 삼겹살 맛집으로 유명한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향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갓김치와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신선함이 더해져 더욱 상큼하게 즐길 수 있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었다. 정말이지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된장찌개가 나왔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두부와 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고,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된장찌개는 고기의 느끼함을 씻어주는 역할을 했다.

명란 간장 계란밥도 빼놓을 수 없었다. 따뜻한 밥 위에 명란과 간장, 계란이 올려져 나왔다. 쓱쓱 비벼서 한 입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명란의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있었다. 된장찌개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빈 그릇들만 남았다. 정말이지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음식의 퀄리티와 분위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둑어둑해진 하늘 아래 조명이 켜진 로담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다. 돌담과 야자수,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돌아오는 길, 김해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특히 야외 방갈로에서 캠핑 분위기를 내면서 식사를 즐기면 더욱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김해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로담’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