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꽉 막힌 도심을 벗어나 탁 트인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드라이브 겸, 콧바람도 쐬러 양평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래전부터 찜해둔 한정식집, 흙토담골! 이름부터가 왠지 모르게 정겹고, 흙내음 가득한 시골집에 온 듯한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역시나,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기대 이상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자마자, 친절한 발렛 서비스 덕분에 편안하게 식당으로 향할 수 있었다. 주차를 도와주시는 아저씨의 푸근한 미소에서부터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드넓은 정원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독대들, 그리고 기와지붕이 얹어진 고풍스러운 한옥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정원을 거닐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나도 잠시 벤치에 앉아 깊게 숨을 들이쉬니, 흙 내음과 풀 내음이 섞인 향긋한 바람이 폐 속 깊숙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런 여유, 정말 오랜만이야!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잃고 감탄사만 연발했다. 특히, 뒷켠에 자리 잡은 연못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과 나무 향기가 어우러져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행히 비가 오는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웨이팅 없이 바로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룸도 구비되어 있어서, 프라이빗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입식 테이블 자리도 마련되어 있으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듯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는 흙토담골 정식, 보리굴비 정식, 양념게장 정식 등 다양한 한정식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흙토담골 정식(35,000원)을 주문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워낙 평이 좋은 곳이라 기대감을 안고 기다렸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한 상 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20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왔는데, 그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샐러드, 나물, 김치, 전, 찌개, 찜 등 없는 게 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돌솥밥이었다. 뚜껑을 열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알들이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었다. 밥 짓는 물이 특별한 건지, 일반 돌솥밥과는 색깔부터가 달랐다. 밥맛은 진짜… 미쳤다! 찰지고 구수한 밥알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게 뭔지 제대로 느꼈다.

함께 나온 찌개는 된장찌개와 콩비지찌개 두 종류였다. 둘 다 포기할 수 없어서 번갈아 가며 맛봤는데, 둘 다 진짜 맛있었다. 특히, 콩비지찌개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찐 양배추에 막장을 찍어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불고기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돌았다. 달콤 짭짤한 양념이 밴 불고기를 상추에 싸서 먹으니, 진짜 꿀맛이었다. 코다리찜은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전은 호박전과 생선전 두 가지가 나왔는데, 따뜻하고 바삭해서 너무 맛있었다. 해파리무침, 가자미무침, 도토리묵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반찬 하나하나 간이 세지 않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라도 음식 스타일인 듯 했는데, 김치는 젓갈이 많이 들어간 듯했지만, 내 입맛에는 딱이었다. 특히, 향긋한 당귀나물은 몸에 좋다고 해서 듬뿍 먹었다.

솔직히, 배가 너무 불러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남길 수 없다는 생각에 젓가락을 놓지 못했다. 결국,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진짜… 배 터지는 줄 알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시원한 식혜가 나왔다. 달콤한 식혜로 입가심을 하니, 정말 완벽한 식사였다. 계산대 옆에는 스타벅스 원두로 내린 커피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커피 맛은 쏘쏘했지만, 식사 후에 커피 한 잔 즐기며 담소를 나누기에는 괜찮았다.

나오는 길에, 식당 곳곳에 놓여 있는 정자와 평상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숲 속의 향기가 어우러져,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예쁜 포토존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사진 찍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장독대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인생샷 각!
전체적으로 직원분들도 친절하고, 음식 맛도 훌륭하고,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메인 요리인 불고기의 양이 조금 적었다는 것.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불고기를 추가하거나, 다른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흙토담골은 부모님을 모시고 오거나,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스러운 한옥에서 정갈한 한정식을 즐기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 재방문 의사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