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10km의 러닝으로 온몸의 근육을 깨우고, 뜨거운 사우나에서 노폐물을 말끔히 씻어낸 후였다. 마치 오랜 여행 끝에 고향집에 돌아온 듯한 홀가분함과, 텅 빈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 이 두 가지 감정이 뒤섞여 묘한 설렘을 안고 숭의동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뜨끈한 순대국 한 그릇으로 숭의동 맛집이라 불리는 ‘진천토종순대’였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큼지막하게 쓰여진 “진천토종순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었지만, 그만큼 깊은 맛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샘솟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부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순대국을 즐기고 있었다.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마치 잔칫집에 온 듯 흥겨웠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순대국, 뼈해장국, 내장탕 등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망설임 없이 순대국을 주문하고, 곧이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로 하나 둘씩 놓였다. 잘 익은 깍두기와 김치, 그리고 순대국에 넣어 먹을 다진 양념과 새우젓까지,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들이 식욕을 돋우었다. 특히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이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으로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다진 양념이 얹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는 순대와 각종 부속고기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코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향은 아니었지만, 은은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국물 냄새가 뱃속에서 요동치는 허기를 더욱 자극했다.
가장 먼저 국물 한 숟가락을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과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조미료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말 오랜 시간 정성껏 끓여낸 듯한 깊고 진한 국물이었다. 시장기가 더해진 탓일까, 아니면 정말 맛있는 국물인 탓일까. 쉴 새 없이 국물을 들이켰다.
다음으로는 순대를 맛볼 차례. 일반적인 찰순대가 아닌, 소시지 향이 은은하게 나는 특이한 순대였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훌륭했고,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순대와 함께 들어있는 각종 부속고기들도 쫄깃쫄깃하고 고소했다. 특히 돼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더욱 만족스러웠다.

순대국을 먹는 중간중간,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를 곁들이니 더욱 꿀맛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고, 적당히 익어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순대국의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김치 역시 훌륭했다.
어느 정도 순대와 고기를 건져 먹은 후, 밥 한 공기를 통째로 순대국에 말았다. 뜨거운 국물에 밥알이 풀어지면서 더욱 걸쭉해진 국물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가 되었다. 숟가락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국밥을 떠먹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도 잊은 채, 오직 맛있는 순대국을 먹는 데 집중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막걸리를 시켜 순대국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보니 막걸리 한 잔이 간절해졌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시원한 막걸리를 잔에 따라 한 모금 들이키니, 텁텁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순대국과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순대국 한 입, 막걸리 한 잔. 이 단순한 조합이 주는 행복은, 그 어떤 고급 요리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신없이 순대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싹싹 긁어 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순대국 외에도 모듬전골, 곱창볶음 등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려는데, 친절한 이모님께서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환하게 웃어주셨다. 따뜻한 인사에 기분 좋게 답하고 가게를 나섰다.
진천토종순대는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이 담긴 순대국 한 그릇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숭의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 뜨끈한 순대국 한 그릇 맛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땀방울 흘린 뒤 맛보는 행복, 바로 이런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