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산에 나들이를 나섰다. 목적은 단 하나, 친구가 극찬했던 국수 맛집을 방문하는 것. 며칠 전부터 친구가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마치 내가 직접 맛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굴었다. 이름하여 ‘천하일면 일산역본점’. 듣자 하니, 평소 라멘을 즐겨 먹는 내 입맛에 딱 맞을 거라나. 반신반의하며 길을 나섰다.
일산역 근처에 다다르니, 노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天下 一 麵’이라는 한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세련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내공이 느껴지는 외관이었다. 간판 옆에는 ‘Since 2016’이라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함께 적혀 있었다. 꽤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사랑받아온 곳이구나 짐작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일산 맛집은 다르구나. 다행히 웨이팅이 길지는 않아,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내부 공간은 아담했는데, 테이블은 없고 주방을 둘러싼 바 테이블만이 놓여 있었다. 마치 일본 라멘집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벽에는 메뉴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는데, 고기국수, 얼큰고기국수, 아부라소바, 매운 아부라소바 이렇게 네 가지 메뉴가 전부였다.
메뉴판을 스윽 훑어보니, ‘지로계 라멘에서 영감을 받은 한국 발상의 면 요리’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지로계 라멘이라니, 왠지 엄청난 맛일 것 같은 기대감이 샘솟았다.

고민 끝에 나는 매운 아부라소바를, 친구는 고기국수를 주문했다. 면의 양은 중(中)으로 선택. 여기는 면 양을 소, 중, 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중까지는 무료이고 대는 1,000원이 추가된다고 한다.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게다가 마늘과 야채는 무료로 추가할 수 있다니, 이 어찌 아니 사랑할 수 있으랴. 나는 마늘을 듬뿍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주문 후, 분주하게 면을 삶고 육수를 내는 주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좁은 공간이지만, 직원들의 손놀림은 막힘이 없었다. 15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매운 아부라소바가 내 앞에 놓였다.

검은색 그릇에 담긴 아부라소바는 보기만 해도 매콤한 향이 코를 찔렀다. 쫄깃해 보이는 면 위에는 잘게 썰린 돼지고기, 숙주, 파, 김 가루, 그리고 다진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고기가 퍽퍽해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정말 맛있어 보였다.
젓가락으로 면과 고명을 잘 섞어서 한 입 크게 먹어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매콤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면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했고,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넘쳤다. 특히 다진 마늘의 알싸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면을 흡입하게 만들었다. 맵기는 생각보다 매웠지만,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었다.
고기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정말 부드러웠고, 면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배가되었다. 숙주와 파의 아삭한 식감도 훌륭했고, 김 가루의 고소한 풍미도 매운 아부라소바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친구의 고기국수도 한 입 맛보았다. 돼지 육수 특유의 깊고 진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그리고 푸짐하게 올려진 고기와 숙주, 마늘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이었다. 마치 일본 라멘과 한국 돼지국밥을 섞어놓은 듯한 오묘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국물에 듬뿍 들어간 마늘 덕분에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 많던 면을 싹 비워냈다. 매운맛 때문에 땀을 뻘뻘 흘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정말이지, 최고의 한 끼였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천하일면 일산역본점. 솔직히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일산 국수 맛집으로 꼽는지 알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맛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가 협소하여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도 다소 덥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덮을 만큼 맛이 훌륭했기에, 다음에도 또 방문할 의향이 있다.
천하일면은 내게 일산에서 잊지 못할 맛집으로 기억될 것 같다. 다음에는 얼큰고기국수와 아부라소바도 꼭 먹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