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창원 마산합포구, 경남대학교 북문 근처, 화영운동장 언덕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가족나무’라는 작은 횟집.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주차 공간은 입구에 마련된 네 자리 정도가 전부였지만, 이미 차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나는 갓길에 차를 대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낙서처럼 휘갈겨 쓴 메뉴들이 정겹게 붙어 있었고, 군데군데 낡은 흔적이 묻어나는 소박한 인테리어는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에서 보았던 외관처럼 수수한 느낌이 내부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계절마다 다른 제철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말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여름에는 특히 물회와 한치물회정식이 인기라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물회를 주문했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궁금했다.
주문이 끝나자, 곧바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생선구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노릇하게 구워진 껍질은 바삭했고, 촉촉한 속살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짭짤한 간이 배어 있어 밥 없이도 훌륭한 안주가 될 듯했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회가 등장했다. 커다란 그릇에 담긴 물회는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얇게 채 썬 오이와 양파, 쫄깃한 회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고, 그 위에는 고소한 깨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을 통해 미리 접했던 시원한 비주얼이 눈앞에 펼쳐지니,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사장님은 직접 살얼음을 가져다주시며, 물회에 넣어 먹는 방법과 국수, 밥을 곁들여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마치 오랜 단골손님을 대하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나는 사장님이 알려주신 대로 살얼음을 물회에 넣고 잘 섞었다. 붉은 양념이 살얼음과 섞이면서 더욱 먹음직스러운 색깔로 변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쫄깃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처럼 면발 하나하나에 양념이 잘 배어 있었다.
첫 입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칼칼한 양념은 입안을 가득 채웠고, 쫄깃한 회와 아삭한 채소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특히 살얼음 덕분에 시원함이 배가되어 더운 여름날의 갈증을 단숨에 해소해주는 듯했다. 한 입, 두 입 먹을수록 입맛이 더욱 살아났다.
어느 정도 물회를 먹고 난 후,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대로 국수를 넣어 비벼 먹었다. 쫄깃한 면발과 매콤한 양념의 조합은 역시나 훌륭했다. 국수를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말아 먹으니, 든든함까지 더해졌다. 물회 하나로 세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족나무’ 물회의 매력인 것 같다. 을 보면 물회와 함께 제공되는 다양한 곁들임 메뉴들이 얼마나 풍성한 식탁을 만들어주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물회는 재료가 중요한 만큼, 신선도가 생명이다. ‘가족나무’는 사장님이 직접 낚시로 잡아온 자연산 재료를 사용한다고 하니, 그 신선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회를 뜨는 솜씨 또한 일품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사시미를 한번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 보이는 도톰하게 썰린 사시미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리뷰에서 지적했듯이, 여름철에는 홀이 폐쇄된 상태에서 생선을 굽는 탓에 음식점 내부에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약간의 냄새가 느껴지긴 했지만, 맛있는 음식 덕분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선이 된다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나무’의 메뉴는 물회 외에도 다양하다. 특히 도다리쑥국은 봄에 맛볼 수 있는 별미라고 한다. 싱싱한 도다리와 향긋한 쑥이 어우러진 도다리쑥국은, 생각만 해도 입안에 봄 향기가 가득 퍼지는 듯하다. 에 보이는 도다리쑥국은 뽀얀 국물에 쑥이 듬뿍 들어가 있어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가격대는 조금 높은 편이지만, 신선한 재료와 정성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예산을 고려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2021년 초 기준으로 한치물회는 16,000원, 도다리쑥국은 14,000원 정도였다고 한다.
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밑반찬으로 나오는 음식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특히 생선구이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른 반찬들도 집에서 만든 것처럼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나는 ‘가족나무’가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겨운 분위기,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은, 나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 것 같다.
‘가족나무’는 경남대학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마산 시민들에게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특별한 날, 혹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맛있는 음식을 통해 힐링하고 싶을 때, ‘가족나무’를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에서 보이는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처럼,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가족나무’에서 맛보았던 물회의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했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그 맛은, 앞으로 무더운 여름날이면 어김없이 나를 ‘가족나무’로 향하게 할 것이다. 다음에는 꼭 도다리쑥국을 맛봐야지. 마산에서 맛있는 물회를 찾는다면, ‘가족나무’를 잊지 마세요.
나는 ‘가족나무’에서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추억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그 추억은, 앞으로 오랫동안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