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탑사를 향한 험준한 여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텅 비어버린 에너지 저장고를 채우기 위해선 특별한 연료가 필요했다. 단순한 칼로리 공급을 넘어,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을 ‘미식’이라는 촉매제가 절실했던 것이다.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마이산 입구에 자리 잡은 “초가정담”.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마치 노련한 연구원처럼 한결같은 맛을 지켜왔다고 한다. 과연 이곳에서 어떤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을까? 기대감을 안고 실험실… 아니,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이 열리는 순간,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는 향긋한 나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시각적으로도 편안함을 주는, 나무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블랙 프레임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넓은 홀은, 마치 잘 정돈된 실험실처럼 깔끔했다. “SINCE 1993″라는 문구가 새겨진 유리창은 이 집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했다. 30년 동안 이 자리에서 묵묵히 맛을 연구해온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스캔했다. 주력 메뉴는 등갈비 구이와 산채비빔밥. 이 두 가지 메뉴를 중심으로 다양한 조합의 세트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과학자에게 가설 검증은 필수! 망설임 없이 ‘정담B세트’를 주문했다. 산채비빔밥, 목살구이, 등갈비구이, 그리고 도토리묵 무침까지, 다채로운 구성이 3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이산에서 채취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설명에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산채비빔밥이었다. 8가지 이상의 다채로운 나물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식욕을 돋우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젓가락으로 나물 하나하나를 맛보았다. 쌉쌀한 취나물, 고소한 참나물, 아삭한 도라지… 각기 다른 풍미와 질감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물의 신선함이었다. 마치 갓 수확한 듯 생기가 넘치는 나물들은, 마이산의 청정한 기운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뜨거운 밥을 넣고 고추장을 살짝 더해 쓱쓱 비볐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고루 배도록 하는 것이다. 현란한 손놀림 끝에 완성된 비빔밥은, 붉은색과 초록색, 흰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한 입 크게 맛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나물 향과 톡톡 터지는 밥알의 조화! 이것이야말로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은은하게 퍼지는 고추장의 매콤함은 미각을 자극하며 끊임없이 숟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산채비빔밥의 과학적인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양한 나물에 함유된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고추장의 캡사이신 성분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여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즉, 산채비빔밥은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훌륭한 음식인 것이다.
다음 타자는 등갈비 구이였다. 숯불 위에서 은은하게 구워진 등갈비는,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황금빛 갈색을 띠고 있었다. 160도에서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 덕분이다. 이 반응은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반응하여 수백 가지의 향기 분자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구수한’ 냄새라고 느끼는 것이다.

뜨겁게 달궈진 등갈비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뼈와 살 사이에 붙어있는 쫄깃한 콜라겐층이 눈에 띄었다. 입안에 넣고 뼈를 발라낸 후, 본격적으로 맛을 음미했다. 훈연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적절한 염도는 감칠맛을 극대화했고,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왔다. 특히 뼈에 붙어있는 살은, 운동량이 많아 더욱 쫄깃하고 탄력 있었다.
등갈비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진안 막걸리를 곁들였다. 톡 쏘는 탄산과 은은한 단맛이 등갈비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알코올은 지방을 용해시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막걸리와 등갈비의 조합은 과학적으로도 훌륭한 마리아주라고 할 수 있다. 등갈비 한 입, 막걸리 한 잔. 이 조합은 마치 실험 도구를 다루는 과학자의 손길처럼,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다.
세트 메뉴에 포함된 목살구이 또한 훌륭했다.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을 자랑했다. 특히 숯불 향이 깊게 배어 있어, 씹을수록 풍미가 더해졌다. 목살에 함유된 필수 아미노산은, 등반으로 지친 근육 회복에 도움을 준다. 맛과 건강,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똑똑한 선택이었다.
마지막으로 도토리묵 무침이 등장했다. 탱글탱글한 도토리묵에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고, 매콤달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음식이다. 도토리묵 특유의 쌉쌀한 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고, 아삭한 채소는 신선한 식감을 더했다. 특히 양념의 감칠맛이 뛰어났는데, 아마도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은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 듯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방문객들의 리뷰에 따르면, 등갈비의 훈연 향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나물의 간이 다소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서비스가 다소 미흡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30년 전통의 깊은 맛과 푸짐한 인심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환한 미소로 답해주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진심으로 음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3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고집과, 손님을 향한 따뜻한 배려가, 이 집의 맛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결론: 마이산 초가정담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맛과 과학, 그리고 정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이었다. 등반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고, 미각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음식들은, 마치 잘 설계된 실험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숯불 향 가득한 등갈비와 신선한 나물이 듬뿍 들어간 산채비빔밥은, 꼭 맛봐야 할 메뉴다. 물론, 완벽한 맛을 기대하는 미식가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한 한 상을 즐기고 싶은 여행객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 마이산 등반에도, 나는 주저 없이 초가정담의 문을 열 것이다. 그곳에서 또 어떤 과학적인 발견을 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