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을 따라 굽이치는 7번 국도를 달리다 문득, 재첩국 한 그릇이 간절해졌다. 싱그러운 바다 내음과 짭짤한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길. 영덕으로 향하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꼬불꼬불 시골길을 헤쳐나가는 동안, 과연 이 길 끝에 식당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 즈음, 거짓말처럼 ‘송천강 재첩국’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짙푸른 하늘 아래, 검은색 외벽에 큼지막하게 쓰여진 상호는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듯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시골집 밥상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테이블 너머로는 송천강이 유유히 흐르고, 창밖으로는 갈매기들이 한가롭게 날갯짓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적한 풍경이 식사 전부터 마음을 평온하게 감싸 안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니, 재첩국, 재첩수제비, 재첩전 단 세 가지 메뉴만이 단출하게 놓여 있었다. 메뉴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다는 의미일 터. 고민할 것도 없이 재첩국과 재첩전, 그리고 수제비까지 맛보기로 결정했다.
잠시 기다리는 사이,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하나 둘 놓이기 시작했다. 짭짤한 콩나물 무침, 아삭한 김치, 슴슴한 시금치나물 등 하나하나 맛깔스러운 빛깔을 뽐내는 10가지가 넘는 반찬들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나 받을 법한 푸근한 인상을 주었다. 늦은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반찬에서 묵은 맛 하나 없이 신선함이 느껴졌다. 특히, 간이 딱 맞게 구워진 꽁치구이는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풍미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추가로 땡초를 요청하여 반찬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매콤한 맛이 느끼함은 잡아주고 풍미는 더욱 끌어올려 줬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재첩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얹어져 있고, 그 안에는 뽀얗고 작은 재첩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쌉쌀하면서도 시원한 재첩 특유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감칠맛이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기분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따뜻한 집밥을 먹는 듯한 포근함이 느껴졌다.

곧이어 등장한 재첩전은 기대 이상의 비주얼을 자랑했다. 얇게 부쳐진 전 위에는 잘게 다진 채소와 톡톡 터지는 재첩이 아낌없이 뿌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 떼어 입에 넣으니, 바삭한 겉면과 쫄깃한 속살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을 자아냈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간장 소스에 양파와 고추를 듬뿍 넣어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한 맛만이 입안에 감돌았다. 건의드리고 싶었던 간장에 고추와 양파가 그득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진 듯 했다.
마지막으로 맛본 재첩수제비는 쫄깃한 면발이 인상적이었다. 부드러운 식감의 수제비는 멸치 육수의 시원함과 재첩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수제비 속 재첩 알갱이가 조금 적게 들어있는 듯했지만, 아쉬움은 깔끔한 국물 맛으로 충분히 달랠 수 있었다. 싱겁다고 느껴질 때에는 땡초를 넣어 매콤하게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사를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니, 잔잔한 강물 위로 햇살이 부서지며 반짝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강변에 자리한 덕분에, 맛있는 음식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식당 문 앞에는 순한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는데, 아마도 식당에서 주는 생선 뼈를 기다리는 듯 했다. 녀석들의 평화로운 모습은 식당의 정겨운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당 위생 상태가 다소 미흡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파리가 날아다니거나,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또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다소 번잡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음식 맛과 풍경이 주는 만족감에 비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계산을 하며 가격을 확인하니, 재첩국, 재첩수제비, 재첩전 모두 15,000원이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훌륭한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과거 13,000원이었던 가격이 인상된 점은 아쉬웠지만, 변함없는 맛은 만족스러움을 더했다. 특히,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조식 식사가 가능하다는 점은 여행객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영덕 ‘송천강 재첩국’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시원한 재첩국 한 그릇에 담긴 깊은 맛과, 정겨운 시골 풍경이 어우러져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영덕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동해 바다는 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나는 다시 7번 국도를 따라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