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니, 굳이 솔직해지자면 꽤 오랫동안 ‘맛’이라는 변수를 탐구하는 실험에 돌입하기 위해 안양으로 향했다. 오늘의 실험 대상은 바로 ‘풍년집’, 예술공원 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기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단순한 식사가 아닌,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미지의 영역으로의 탐험. 실험복 대신 편안한 옷을 걸치고, 데이터 수집을 위한 카메라와 메모장을 챙겨 들었다.
저녁 장사만 하는 줄 알았던 풍년집이 점심에도 문을 연다는 정보를 입수, 영업시간을 확인해보니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다. ‘풍년집 정육식당’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외관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딱, 동네 사랑방 같은 푸근함. 왠지 모르게 실험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내부 구조는 4인용 원형 테이블과 8인용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었다. 혼자 온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메뉴판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풍년집의 대표 메뉴는 ‘소 한 마리’와 ‘돼지 한 마리’. 소 한 마리는 등심, 갈빗살, 살치살, 우삼겹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미국산), 돼지 한 마리는 오겹살(국내산), 목살, 생삼겹살(멕시코), 가브리살, 항정살(칠레산)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돼지고기의 원산지가 다양한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나는 오늘 돼지고기의 마이야르 반응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한돈 생오겹살 3인분을 주문했다.
주문 후, 기본 반찬들이 세팅되었다. 양배추 샐러드, 파채 무침, 배추김치, 그리고 된장찌개. 반찬 가짓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고기와 함께 먹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특히 된장찌개는 무한 리필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추가 야채와 소스는 셀프바를 이용하면 된다고 한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한돈 생오겹살이 등장했다. 선홍빛 색깔과 적절한 지방의 마블링이 시각적으로 훌륭했다. 불판 위에 오겹살을 올리니, 치-익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느껴지지 않았다. 고기 질이 좋다는 방증일 것이다. 160도에 도달하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이야르 반응이 시작되었다. 단백질과 환원당이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황금빛 크러스트는, 그 어떤 과학 실험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젓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탄력,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질감이었다. 첫 입은 소금에 살짝 찍어 맛을 보았다. 돼지고기 본연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지방의 고소함과 살코기의 담백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이어서, 쌈 채소를 준비했다. 상추 위에 꼬들꼬들한 흰쌀밥을 얹고, 쫄깃한 삼겹살, 채 썬 파채와 된장을 품은 청양고추를 올려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이것은 단순한 쌈이 아니었다. 복잡한 분자들의 향연이자, 미뢰를 자극하는 다채로운 텍스쳐의 향연이었다. 상추의 시원함, 밥의 탄수화물 단맛, 삼겹살의 고소함, 파채의 알싸함, 청양고추의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완벽한 맛의 밸런스였다.
풍년집에서는 날치알 돌솥밥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뜨겁게 달궈진 돌솥 안에서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식감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돌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구수한 누룽지는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친절한 서비스도 풍년집의 매력 중 하나였다. 특히, 능숙한 레이더망을 가동하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식사가 끊길 틈이 없었다. 야채와 밑반찬, 파절이, 된장찌개는 셀프바에서 무한 리필이 가능했지만, 아주머니는 항상 테이블을 주시하며 필요한 것을 먼저 챙겨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에는, 시원한 파인애플까지 챙겨주시는 센스! 덕분에 기분 좋게 실험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친구 와이프가 돼지갈비를 먹고 싶다고 하여 돼지 왕갈비를 추가 주문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실망스러웠다. 돼지 목살에 갈비뼈를 붙인 형태였고, 양념도 제대로 배어 있지 않았다. 살코기는 뻑뻑했고, 갈비라고 하기에는 퀄리티가 부족했다. 돼지갈비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년집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특히 한돈 삼겹살의 퀄리티는 가격 대비 훌륭했고, 푸짐한 양과 친절한 서비스는 만족스러웠다. 매장 앞 주차도 가능하고, 만약 자리가 없더라도 바로 옆 고가 밑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주차할 수 있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잔치국수를 요청하면 만들어준다는 점도 잊지 말자.
된장찌개는 꼭 무한 리필해서 밥을 말아먹도록 하자. 풍년집 된장찌개의 비법은 바로 ‘글루타메이트’에 있었다. 된장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글루타메이트는, 혀의 미뢰를 자극하여 강렬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특히 뜨거운 밥과 함께 먹으면, 글루타메이트의 활성도가 더욱 높아져 극강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멸치국수와 김치찌개도 맛있다는 평이 많으니, 다음 방문 때는 다른 메뉴들도 섭렵해봐야겠다.
풍년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가성비’다. 3만 9천 원에 삼겹살, 항정살, 오겹살 등을 1kg이나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5인 가족이 푸짐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육회비빔밥 특 사이즈를 주문하면, 가성비 좋은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점심 한정으로 판매하는 차돌된장찌개와 육회비빔밥도 인기 메뉴라고 하니, 점심시간에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풍년집이 스카이모텔과 가깝다는 것이다. 스카이모텔에 투숙할 때 풍년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은 코스일 듯하다. 풍년집은 24시간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므로, 늦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소고기국밥도 잘한다고 하니, 해장 메뉴로도 좋을 것 같다.

몇몇 리뷰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문을 해도 잘 듣지 않는다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에는, 모든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사장님과 사모님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식당 전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바닥이 미끄럽다는 지적도 있었으니, 방문 시에는 주의하도록 하자.
예술공원 사거리에 위치한 풍년집은, 식사 후 예술공원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은 위치다. 배부르게 삼겹살을 먹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며 소화시키는 코스는, 완벽한 하루를 완성시켜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풍년집은 훌륭한 가성비와 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양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돼지갈비는 아쉬웠지만, 한돈 삼겹살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된장찌개와 쌈 채소를 곁들여 먹는 삼겹살은, 과학적으로 분석해봐도 훌륭한 맛의 조합이었다. 서울에서 삼겹살을 먹기 위해 일부러 안양에 와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곳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겠다. 다음에는 꼭 육회비빔밥과 잔치국수를 먹어봐야겠다. 실험 결과, 이 집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