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익산에서 꽤나 유명세를 떨치는 고깃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바로 실험에 착수했다. 토요일 저녁, 피크 타임에 방문한 탓에 예상대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캐치테이블 기계 앞에서 대기 팀 수를 확인하니, 내 앞에 네 팀이나 있었다. 40분 정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입성. 바깥에서 풍겨오는 참숯 향이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마치 실험실에 들어서는 과학자의 심정으로, 나는 ‘모현동 참숯집’의 문을 열었다.

매장 안은 이미 만석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다소 좁게 느껴졌지만,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오히려 흥미로웠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둥근 테이블과 의자는 기름때 하나 없이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환풍 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연기가 자욱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는 개인별로 양파절임, 쌈장, 소금, 와사비가 세팅되었다. 숯불이 들어오기 전, 빠르게 메뉴 스캔을 시작했다.
메뉴판을 정독한 결과, ‘편백숙성 모듬 B 세트’가 이 집의 핵심 메뉴임을 감지했다. 다양한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곧바로 주문을 넣고, 주변을 둘러보며 맛집 분석에 들어갔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참숯을 사용하여 고기를 굽는 것이 특징이다. 참숯은 일반 연탄보다 화력이 강하고, 은은한 향이 고기에 스며들어 풍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실제로 불판이 놓이자마자 숯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순식간에 테이블을 달궜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세트가 등장했다. 편백나무 상자에 담겨 나온 고기는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뚜껑을 여는 순간, 편백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편백나무에는 피톤치드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항균 작용과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를 숙성시키는 동안, 편백의 향긋한 향이 고기에 은은하게 배어 풍미를 더해주는 것이다.
모듬 세트는 목살, 치맛살, 갈비살 등 다양한 부위로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목살을 불판 위에 올렸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육즙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고기 표면에 갈색 크러스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마이야르 반응은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고온에서 반응하여 수백 가지의 향미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이 덕분에 우리는 고소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잘 익은 목살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풍부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참숯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과학적으로 분석해보자면, 이베리코 돼지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일반 돼지보다 훨씬 부드럽고 풍미가 뛰어나다. 또한, 도토리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올레산 함량이 높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치맛살을 공략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다른 부위에 비해 다소 퍽퍽하고 건조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지방 함량이 적기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어서 구워본 갈비살은 다시 한번 나를 만족시켰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갈비살 특유의 풍미가 참숯 향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고기와 함께 제공되는 수제 소시지도 놓칠 수 없는 메뉴다. 톡 터지는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일품이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적절히 배합하여 만든 듯했으며, 훈연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소시지 자체의 염도도 적당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사이드 메뉴는 다소 아쉬웠다. 찌개와 밑반찬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기 자체가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곁들여 먹을 만한 메뉴가 조금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명이나물이나 갓김치 같은 메뉴가 추가된다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냄비밥이다. 주문 즉시 갓 지어 나오는 냄비밥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었고,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졌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숭늉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불려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매장이 다소 협소하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다는 점이다. 5인 이상은 함께 방문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웠다. 또한, 화장실 위생 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고기 맛 하나만으로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특히, 참숯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정말 훌륭했다. 직원들의 서비스도 친절하고 신속했다. 다만,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점과 매장이 다소 협소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다음에는 모듬 말고 개별 부위로 주문해서 먹어봐야겠다. 특히, 목살은 다시 한번 꼭 맛보고 싶다.
총평: 익산에서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모현동 참숯집’을 강력 추천한다. 참숯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돼지고기는 과학적으로도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아니, 고기는 완벽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어둑해진 저녁이었다. 가게 앞에 놓인 돼지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모습이었다. 나는 돼지 조형물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다음 맛집 탐방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익산 맛집 탐험도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