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안산 변두리의 한적한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오늘 향할 곳은 반월호수 근처, 숨겨진 듯 자리 잡은 한 쌈밥집이다. 오래된 지인으로부터 “진정한 맛은 외진 곳에 숨어 있는 법”이라는 말을 듣고 길을 나섰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과연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쯤, вдалеке 장작 타는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낡은 한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마치 시골집에 온 듯한 푸근함을 안겨준다. 2013년부터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는 이 곳은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이미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특히 외국인 아내와 함께 방문한 국제부부의 유튜브 영상은 이곳을 향한 나의 기대를 한껏 고조시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정겨웠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비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메뉴는 단 두 가지, 촌고기와 갈매기살. 메뉴가 단촐하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촌고기 2인분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곧 밑반찬들이 쟁반 가득 차려졌다.
반찬 하나하나가 마치 할머니가 차려주신 듯 정갈하고 푸짐했다. 8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밑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깻잎 장아찌, 콩나물 무침, 김치, 나물 등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올갱이 쌈장. 쌉싸름한 올갱이와 매콤한 청양고추가 어우러진 쌈장은 흔히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자랑했다.
밑반찬과 함께 제공된 쌈 채소는 그 종류가 다양해서 놀라웠다. 싱싱한 상추, 깻잎은 물론, 이름 모를 푸성귀들이 넉넉하게 담겨 나왔다. 쌈 채소의 신선함은 굳이 맛보지 않아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촌고기가 등장했다. 장작불에 초벌구이 되어 나온 촌고기는 기름기가 쫙 빠진 채 윤기를 뽐내고 있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 나온 고기 위에는 깨가 솔솔 뿌려져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은은하게 풍기는 숯불 향은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촌고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장작불에 구워진 흔적인지, 겉면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었고,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 촉촉한 윤기가 흘렀다.

가스 버너 위에 올려진 촌고기는 은은한 불 덕분에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따뜻함을 유지했다. 첫 점을 쌈장에 살짝 찍어 입안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숯불 향과 쫄깃한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기름기는 쫙 빠지고 담백함만 남은 촌고기는, 과연 ‘캠핑장에서 먹는 고기 맛’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았다.
다양한 쌈 채소와 함께 촌고기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했다. 향긋한 깻잎에 싸 먹으니 깻잎의 향긋함이 촌고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고, 아삭한 상추에 싸 먹으니 신선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올갱이 쌈장은 촌고기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쌈장이 촌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릴 틈 없이 계속 먹을 수 있었다.
고기와 함께 제공된 누룽지 된장국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구수한 된장국에 부드러운 누룽지가 더해져 깊고 풍부한 맛을 냈다. 슴슴한 된장국은 짭짤한 촌고기와 쌈장의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 즈음, 직원분께서 누룽지를 가져다주셨다. 뜨거운 물에 불려진 누룽지는 숭늉처럼 부드러웠다. 짭짤한 깻잎 장아찌를 올려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후식으로 제공되는 누룽지는 기름진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주변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 아래, 낡은 한옥은 더욱 운치 있게 느껴졌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나는 이곳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정든집 쌈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푸근한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말에는 손님이 많아 웨이팅이 필수이고, 재료가 일찍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는 점이다. 또한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혼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몇몇 방문객들은 고기에서 탄 맛이 느껴졌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정든집 쌈밥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정든집 쌈밥은 혼밥도 가능하고,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11시부터 21시까지이며, 15시부터 17시 30분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매주 화요일은 정기 휴무이다. 방문 전 전화로 영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갈매기살을 맛보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 때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평일에 방문하여, 촌고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

정든집 쌈밥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고향의 따뜻함을 되찾아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안산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 맛집의 진정한 의미를 느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