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늘 아래, 증산역 신안밥상에서 맛보는 추억의 동네 한식 맛집

어스름한 저녁, 옅은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증산역 바로 앞에 자리한 작은 밥집, ‘신안밥상’이다. 며칠 전부터 묵직하게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던,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 마음을 달래줄 곳이라는 예감과 함께.

증산역 3번 출구, 개천가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마지막 잎새를 떨구듯 흩날리는 풍경은, 식당으로 향하는 짧은 발걸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마치 봄의 마지막 선물을 받는 듯한 기분으로, 나는 그 낭만적인 풍경 속으로 천천히 녹아 들어갔다.

5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지난번 점심시간에 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역시,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법이지.

메뉴판을 펼쳐 들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는 정해 놓은 메뉴가 있었다. 바로, 이 집의 숨은 공신이라는 ‘고등어김치찜’. 하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메뉴판을 서성이듯 훑어보았다. 곁들여 먹을 제육볶음과, 왠지 오늘따라 더욱 끌리는 청국장 사이에서 갈등하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결국, 고등어김치찜과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욕심일까 싶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는 이성을 잃는 나를 알기에, 후회는 없었다. 주문을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다채로운 밑반찬이 놓인 테이블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진다.

반찬 가짓수만 해도 족히 일곱, 여덟 가지는 되어 보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김, 짭짤한 내장 젓갈, 간장 양념에 버무린 깻잎, 아삭한 콩나물무침, 새콤달콤한 김치,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의 나물까지. 하나하나 맛을 보니, 과연 어느 것 하나 평범한 맛이 없었다. 특히, 갈치 속젓은 따뜻한 밥 위에 살짝 올려 김에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먹던 바로 그 맛.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인 고등어김치찜이 등장했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고등어의 기름진 풍미가 어우러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고등어와 묵은지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김치찌개의 클로즈업 사진
잘 익은 김치와 두툼한 고기가 어우러진 김치찌개는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한다.

젓가락으로 묵은지 한 조각을 들어 올려 밥 위에 얹으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입안에 넣는 순간, 잘 익은 묵은지의 깊은 맛과 시원함이 혀끝을 감쌌다. 뒤이어 고등어 살점을 발라 밥과 함께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묵은지에 싸서 먹는 고등어는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제육볶음 또한,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돼지고기에 깊숙이 배어 있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쌈 채소에 밥과 제육볶음을 함께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제육볶음이 담긴 접시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든 제육볶음은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정신없이 밥을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반찬 더 드릴까요?”라며 친절하게 물어보셨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맛있는 반찬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깻잎과 콩나물무침을 조금 더 부탁드렸다. 인심 좋으신 아주머니는 푸짐하게 반찬을 내어주시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손주를 반기는 할머니의 모습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께서 “오늘은 날씨가 참 좋네요. 벚꽃 구경은 하셨어요?”라며 말을 건네셨다. “네, 덕분에 맛있는 식사도 하고, 예쁜 벚꽃 구경도 잘 했습니다.”라고 답하며,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
다양한 반찬과 메인 요리가 어우러진 푸짐한 한 상 차림.

신안밥상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정겹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마치 어릴 적 동네 밥집에 온 듯한 기분이랄까.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훌륭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특히, 아주머니들의 친절함은, 음식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마법과도 같았다.

식당을 나서며, 다시 한번 벚꽃이 흩날리는 개천가를 걸었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 덕분에, 마음까지 풍족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늘, 신안밥상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따뜻한 정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청국장과 자반구이를 먹으러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은평구에서 만난 소박하지만 따뜻한 밥집, 신안밥상.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변함없는 맛과 정을 선사해주길 기대해본다.

순두부찌개와 고등어구이
순두부찌개의 매콤함과 고등어구이의 고소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돌아오는 길, 문득 삼촌의 따뜻한 마음씨가 떠올랐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방문했을 때, 무슬림 친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자, 삼촌께서 직접 쌀과자를 사다 주셨다고 한다. 그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아, 신안밥상은 더욱 특별한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던 예전의 불편함은 사라졌지만,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은 그대로였다. 밥을 두 공기나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반찬들과, 언제나 친절한 미소로 맞아주시는 아주머니들 덕분에, 신안밥상은 늘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곳의 메뉴들은 하나같이 집밥처럼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특히, 매일 바뀌는 국과 반찬은, 질릴 틈 없이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갈치속젓을 비롯한 젓갈류는, 신안밥상만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어김치찜과 김치찌개
고등어김치찜의 묵은지와 김치찌개의 칼칼함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손맛으로 만들어진 음식들은, 단골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비록 식재료 가격 인상으로 인해 가격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가성비 최고의 맛집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신안밥상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방 같은 존재다. 맛있는 음식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공간. 나는 앞으로도 신안밥상을 자주 찾아,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듬뿍 느껴갈 것이다.

김치찜
잘 익은 김치가 듬뿍 들어간 김치찜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오늘따라 더욱 그리워지는 엄마의 밥상처럼, 신안밥상은 언제나 든든하고 따뜻한 한 끼를 선사해준다. 변함없는 맛과 친절함으로,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주길 바라본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갈치조림에 도전해봐야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맛있는 밥상을 나누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은하게 풍겨오는 음식 냄새와 따뜻한 미소 덕분에, 마음은 어느새 평온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증산역 신안밥상은, 단순한 밥집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다.

고등어 구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등어 구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다.

나는 오늘도 신안밥상에서,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듬뿍 담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향한다. 은평구 맛집 신안밥상,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세요.

김치찌개
얼큰하고 시원한 김치찌개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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