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추억을 되짚는 선지국밥 한 그릇의 여정! 청호집에서 맛보는 로컬의 맛

혼자 떠나는 부산 여행, 오늘은 왠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간절했다. 부산에는 워낙 유명한 돼지국밥집이 많지만, 왠지 오늘은 좀 더 특별한, 부산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 나서고 싶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청호집. 어머니가 어릴 적 자주 가셨다는 이야기에 이끌려, 나 역시 그 추억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혼밥 마스터로서 이런 노포 탐방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오륙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청호집. 붉은 벽돌 건물에 ‘청호집 선지국’이라고 쓰인 간판이 정겹다.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부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덕분에 가게 앞에 무사히 주차할 수 있었다. 외관 사진을 몇 장 찍고, 드디어 안으로 들어섰다.

청호집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청호집’ 간판.

문을 열자마자 꼬릿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마치 외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테이블은 좌식과 입식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나는 혼자 왔으니 카운터석에 자리를 잡았다. 혼밥 레벨 99인 나에게 이런 노포에서의 혼밥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메뉴는 단 하나, 선지국밥! 가격은 9천 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비싼 듯하지만, 이 동네 물가를 고려하면 적당한 수준인 것 같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숭늉이 담긴 주전자가 나왔다. 숭늉 한 잔을 들이켜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곧이어 쟁반 가득 밑반찬이 차려졌다. 김치, 미역줄기, 콩나물, 부추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짜박된장.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정말 꿀맛일 것 같다.

청호집 밑반찬
소박하지만 정갈한 밑반찬들. 짜박된장이 특히 인상적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지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선지와 콩나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국물은 맑고 깔끔한 스타일. 한 숟갈 떠서 맛보니, 기름기 없이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된장을 풀어 끓인 듯한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청호집 선지
탱글탱글한 선지의 자태.

선지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린다. 신선한 선지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정말 선지 입문자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소고기도 들어갔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는 듯하다. 그 점은 조금 아쉽지만, 깔끔한 국물 맛으로 충분히 커버된다.

청호집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비빔밥을 해 먹을 수 있다는 것.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고추장과 참기름이 담겨 나오는데, 여기에 밥과 밑반찬을 넣고 슥슥 비벼 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특히 짜박된장을 넣고 비비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 콩나물이 가득한 선지국에서 콩나물을 건져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맛있다.

청호집 비빔밥
각종 나물을 넣고 비벼 먹는 비빔밥은 또 다른 별미.

혼자 왔지만, 꿋꿋하게 비빔밥까지 클리어했다. 역시 혼밥의 장점은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내 속도에 맞춰 즐길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식사를 마치고 나니, 믹스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믹스 커피 한 잔으로 입가심하니, 정말 완벽한 마무리다.

청호집은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곳이었다. 카운터석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고, 직원분들도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전에 비해 선지 양이 줄었다는 평이 있다는 것. 그리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맛 하나는 변함없이 훌륭하다. 특히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은, 전날 술을 많이 마신 사람들에게 해장으로도 제격일 것 같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역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혼자 하는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청호집에서의 선지국밥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부산 남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청호집 한상차림
선지국밥과 비빔밥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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