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나는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 손맛이 그리워졌다. 곰삭은 김치 냄새와 뭉근하게 끓는 사골 육수의 따스함이 한데 어우러진 그 시절 만두의 풍미를 찾아, 추억을 더듬어 남양주로 향했다. 목적지는 북한강변에 자리한 ‘개성집’.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되었다는 이곳은 3대째 이어져 오는 만두 전문점이라고 했다.
팔당대교를 지나, 굽이굽이 이어진 강변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따스한 햇살과 함께 싱그러운 봄 내음이 차 안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드문드문 보이는 벚꽃나무들이 팝콘처럼 터져 나와, 마치 봄의 축제를 즐기는 듯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멀리서부터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수요미식회 맛집”이라는 문구가 왠지 모를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넓은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주차를 도와주시는 분의 안내를 받아, 건물 뒤편 강변 쪽에 주차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탁 트인 북한강 뷰가 눈앞에 펼쳐졌다. 강물은 햇빛에 반짝이며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산들은 연둣빛 새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 잠시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싱그러운 봄기운을 만끽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활기가 느껴졌다. 넓은 홀에는 손님들로 가득했고, 테이블마다 만두전골이나 만둣국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만둣국, 칼국수, 오이소박이냉국수, 녹두전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만둣국과 오이소박이냉국수, 그리고 녹두전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으로 겉절이와 백김치가 나왔다. 붉은 빛깔의 겉절이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아삭한 배추의 식감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얀 백김치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이, 만두와 함께 먹으면 환상의 밸런스를 이룰 것 같았다. 특히 백김치는 인기가 많은지, 포장 판매도 하고 있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둣국이 나왔다. 뽀얀 사골 육수에 커다란 만두가 넉넉하게 들어있었고, 김 가루와 고기 고명이 얹어져 있었다. 뜨끈한 국물에서는 은은한 사골 향이 풍겨 나왔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모금 맛보니, 깊고 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후추의 향이 살짝 느껴지는 듯했지만, 과하지 않아 오히려 국물의 감칠맛을 더했다. 만두는 겉보기에도 큼지막하고 속이 꽉 차 보였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만두를 반으로 가르니, 다진 고기와 채소, 두부 등이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만두소를 한 입 맛보니,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것이, 자극적이지 않아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고, 만두소와 잘 어우러져 환상의 식감을 자랑했다.
만둣국에 밥을 말아, 겉절이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환상적이었다. 겉절이의 매콤함이 만둣국의 담백함을 잡아주면서, 입안에서 조화로운 밸런스를 이루었다. 밥알에 스며든 사골 육수의 깊은 맛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만둣국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아련한 추억에 잠겼다.

이어서 오이소박이냉국수가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국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였다. 붉은색 국물 위에는 채 썬 오이와 살얼음이 듬뿍 올려져 있었고, 김 가루와 깨소금이 뿌려져 있었다. 국수를 휘휘 저어, 면발을 한 가닥 맛보니 쫄깃하면서도 탱탱한 식감이 느껴졌다. 국물은 새콤하면서도 시원했고, 오이의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입안 가득 청량감이 느껴졌다. 특히 오이소박이의 선도가 좋아,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더운 여름날, 이 국수 한 그릇이면 더위를 싹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이소박이냉국수는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한 맛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였다. 면발은 다소 질긴 느낌이 있었지만, 쫄깃한 식감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국물은 김치말이국수와 비슷한 듯했지만, 오이의 향긋함이 더해져 더욱 산뜻한 느낌이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국수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마지막으로 녹두전이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녹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젓가락으로 녹두전을 찢어, 양념장에 살짝 찍어 맛보니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녹두의 함량이 높은 듯, 씹을수록 녹두 특유의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기름에 튀기듯이 구워낸 덕분에, 겉면이 더욱 바삭하고 고소했다. 막걸리 한 잔이 간절했지만,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이곳은 테이블에서 바로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이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것을 발견했다.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를 보고,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식당을 나서기 전, 다시 한번 북한강 뷰를 감상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여운을 느꼈다.
개성집에서의 식사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의 만둣국, 시원하고 아삭한 오이소박이냉국수, 그리고 고소한 녹두전까지, 모든 메뉴가 만족스러웠다. 특히 북한강을 바라보며 즐기는 식사는, 그 맛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손님이 많은 탓인지 직원분들의 친절함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만두전골에 막걸리 한 잔을 꼭 곁들여야겠다.

돌아오는 길, 나는 북한강변을 따라 다시 드라이브를 즐겼다. 석양이 뉘엿뉘엿 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강물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나는 차를 세워 잠시 석양을 감상하며, 오늘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남양주 개성집에서의 맛있는 추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