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에서 만나는 홍콩의 풍미, 홍키주가: 골목길 숨은 보석 같은 맛집 탐험기

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벼르던 홍콩, 대만식 요리주점, 홍키주가를 방문하기 위해 사당역 골목길을 헤쳐 나갔다. 왁자지껄한 전집들 사이로 묘하게 이질적인, 그러나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끄는 간판이 나타났다. ‘洪記酒家’라는 한자가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는 듯한 설렘이랄까.

가게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4인 테이블이 네댓 개 놓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는 기본 안주로 땅콩과 오이 절임이 놓여 있었다. 특히 오이 절임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이국적인 향이 감돌아 입맛을 돋우었다. 짭짤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앞으로 나올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홍키주가 외부 전경
골목길에 자리 잡은 홍키주가의 외관. 간판의 붉은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홍콩과 대만 요리 특유의 다채로운 향신료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 홍수계, 깐풍기, 어향가지… 하나하나 시선을 잡아끄는 메뉴들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먼저 방문했던 지인의 강력 추천을 받아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와 계란볶음밥을 주문하기로 했다. 메뉴를 고르면서, 사장님이 홍콩, 대만 요리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낄 수 있었다. 흔히 접하기 힘든 메뉴 구성에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다.

잠시 후, 기다리던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가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큼지막한 새우 위에 듬뿍 뿌려진 마늘 가루가 시각적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튀겨진 새우 위에는 잘게 부서진 마늘 후레이크와 다진 파가 넉넉하게 올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마늘 가루의 식감과 함께 새우의 통통한 살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맥주 안주로 제격이었다. 예전에 홍콩 죽가장에서 비싸게 먹었던 칠리 크랩의 마늘 후레이크와 비슷한 풍미를 훨씬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
마늘 향이 강렬하게 풍기는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곧이어 나온 계란볶음밥은, 그 비주얼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윤기가 흘렀고,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계란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한 입 맛보니, 입 안에서 밥알이 흩어지는 듯한 독특한 식감이 느껴졌다. 마치 운남미를 사용한 듯, 살짝 설익은 듯한 느낌이 오히려 볶음밥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계란볶음밥
고슬고슬한 밥알이 살아있는 계란볶음밥. 자꾸만 손이 가는 마성의 맛이다.

특히,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의 마늘 가루를 볶음밥에 얹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되었다. 짭짤한 마늘 향과 고소한 볶음밥의 조화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왜 테이블당 한 그릇만 주문이 가능한지,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자랑하는 계란볶음밥은, 요리 없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우와 볶음밥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무언가 아쉬운 마음에 어향 가지를 추가로 주문했다. 평소 가지 요리를 즐겨 먹는 나였기에, 홍키주가의 어향 가지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잠시 후 나온 어향 가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진 가지에 진한 소스가 듬뿍 얹어져 나왔다. 사진을 보면, 윤기가 흐르는 가지와 소스가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알 수 있다.

어향 가지
진한 소스 맛이 일품인 어향 가지. 가지 특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 입 맛보니, 진한 소스 맛과 함께 독특한 향신료 향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가 더 맛있었지만, 어향 가지 역시 훌륭한 맛이었다. 특히, 진한 소스 맛은 밥과 함께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 결국, 남김없이 모든 음식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홍키주가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주류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마카오 맥주를 판매하고 있어, 홍콩, 대만 요리와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쉽게도 이날은 맥주를 마시지 않았지만, 다음 방문 때는 꼭 마카오 맥주와 함께 다양한 요리를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요리를 하시는 사장님 덕분에, 음식 나오는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덕분에 여유롭게 술 한잔 기울이며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홍키주가는, 흔히 생각하는 정통 중식당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알라카르테급의 고급 요리라기보다는, 맛있는 대만 ‘가상 음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편안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홍키주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치 동네 뒷골목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랄까.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다음에는 다른 요리도 맛보고, 꼭 마카오 맥주도 함께 즐겨봐야지. 사당에서 홍콩의 풍미를 느끼고 싶다면, 홍키주가를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홍키주가 메뉴판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홍키주가의 메뉴판.

홍키주가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입 안에는 아직도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의 짭짤한 마늘 향이 맴도는 듯했다. 늦은 밤, 조용한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 맛본 음식들의 풍미를 다시 한번 음미했다. 사당 맛집 홍키주가, 이곳은 분명 오랫동안 나의 지역명 맛집 리스트에 남아있을 것이다.

홍키주가 메뉴판
메뉴판의 일부. 갈릭 스파이스 폭립, 고로육 등 다양한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깐풍기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깐풍기.
홍키주가 메뉴판
전체/채소/前菜 메뉴.
홍수계
홍수계.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
갈릭 스파이스 중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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