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동의 숨겨진 캡사이신 폭탄, 마성의 창원 닭도리탕 맛집 실험

퇴근 후,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향한 곳은 창원 상남동. 오늘 나의 실험 대상은 닭도리탕이다. 단순한 닭볶음탕이 아니다. 캡사이신이 혀를 강타하고, 엔도르핀이 뇌를 자극하는, 과학적으로 설계된 매운맛의 향연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맛집 ‘그 집’이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 이미 몇몇 테이블에서는 닭도리탕이 끓고 있었다. 매콤한 향이 코를 찌르며 침샘을 자극한다. 마치 실험실에 들어선 과학자처럼, 나는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를 스캔했다. 닭도리탕 단일 메뉴. 메뉴 선택의 고민 따위는 필요 없다. 곧바로 닭도리탕 중간 맛을 주문했다. 맵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캡사이신 농도에 따른 통각 수용체의 반응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닭똥집 볶음
닭도리탕을 기다리는 동안 서비스로 제공되는 닭똥집 볶음.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바로 따끈하게 볶아져 나온 닭똥집이다. 센 불에서 순식간에 볶아낸 듯, 겉은 살짝 crispy하면서도 속은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다. 닭똥집 특유의 꼬득꼬득한 질감은 섬유 단백질의 미세한 수축 때문일까? 잡내 하나 없이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은은하게 감도는 마늘 향과 고소한 참기름의 조화는 완벽한 술안주 그 자체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소주 한 병을 주문할 뻔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닭도리탕이 등장했다.

닭도리탕
보글보글 끓는 닭도리탕의 매혹적인 비주얼.

강렬한 붉은색 국물이 시각적으로 캡사이신의 존재를 어필한다. 큼지막하게 썰린 닭고기와 감자, 양파, 떡, 그리고 독특하게도 납작 당면과 사각형으로 썰린 어묵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마치 잘 짜여진 실험 설계도처럼, 다양한 재료들이 끓는 육수 속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완벽한 맛의 앙상블을 만들어낼 것 같은 기대감이 솟아오른다.

국물부터 한 입 맛봤다. 첫 맛은 달콤함이 느껴진다. 뒤이어 캡사이신이 혀의 미뢰를 강렬하게 자극하며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중간 맛으로 주문했는데도 꽤나 매콤하다. 청양고추 특유의 깔끔한 매운맛이 느껴지는 걸 보니, 캡사이시노이드 함량이 상당한 듯하다. 단순한 매운맛이 아닌,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진다.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등의 발효 조미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닭고기는 신선함이 느껴진다.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와 살이 쉽게 분리된다. 입안에 넣으니 부드러운 육질이 그대로 느껴진다. 닭 특유의 냄새는 전혀 없고, 매콤한 양념이 깊숙이 배어 풍미를 더한다. 특히 닭껍질 부분은 콜라겐 함량이 높아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듯, 겉은 살짝 탄 듯한 갈색을 띠며 고소한 풍미를 자아낸다.

닭도리탕
닭고기, 감자, 떡, 어묵 등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이 살아있다. 전분 함량이 높아서일까,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닭도리탕 양념이 깊숙이 배어들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 된다. 떡은 쫄깃쫄깃하다. 쌀가루의 아밀로펙틴 구조가 잘 유지된 덕분일 것이다.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멈출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납작 당면은 이 집 닭도리탕의 숨은 공신이다. 넓적한 면에 매콤한 국물이 흠뻑 배어들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일품이다. 일반 당면보다 표면적이 넓어 양념 흡수율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닭고기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독특하게 들어간 사각형 어묵 또한 묘한 매력이 있다. 쫄깃한 식감과 함께 은은한 생선 향이 느껴진다. 닭도리탕의 매콤한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계속 끓일수록 국물은 점점 진해진다. 고추장의 아미노산과 닭고기의 이노신산이 만나 환상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져 감칠맛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닭도리탕 끓는 모습
졸일수록 깊어지는 국물 맛이 일품이다.

어느 정도 닭고기와 채소를 건져 먹고, 볶음밥을 주문했다. 닭도리탕의 마지막은 역시 볶음밥이다. 남은 국물에 밥과 김가루, 참기름 등을 넣고 볶아준다.

닭도리탕 볶음밥
마무리 볶음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

볶음밥은 닭도리탕의 정수를 담고 있다. 밥알 하나하나에 매콤한 양념이 코팅되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듯한 식감을 선사한다. 김가루의 짭짤한 맛과 참기름의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닭도리탕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바닥에 눌어붙은 밥알은 마이야르 반응의 정점을 찍으며, 최고의 풍미를 자랑한다. 볶음밥을 긁어먹는 순간, 닭도리탕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닭도리탕 볶음밥
볶음밥은 닭도리탕의 완벽한 마무리.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순간, 온몸의 땀구멍이 열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꼈다. 캡사이신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든 덕분일 것이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늘 창원 상남동 ‘그 집’에서의 닭도리탕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매콤한 맛, 푸짐한 양,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닭도리탕 맛집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이 정도 맛이라면 주차의 불편함쯤은 감수할 만하다. 다음에는 아주 매운맛에 도전해봐야겠다. 혀가 마비될 듯한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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