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산성 동문집, 잊을 수 없는 청주 맛집 골목의 들깨수제비 향연

흐린 하늘 아래, 굽이진 산길을 따라 닿은 상당산성. 그 고즈넉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 것도 잠시, 뱃속에서 울리는 요동치는 허기가 나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산성 아래 자리한 식당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손짓했고, 나는 마치 운명에 이끌리듯 ‘동문집’의 문턱을 넘었다. 7080 갬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은, 세월의 흔적과 따뜻한 온기가 공존하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들깨수제비, 해물파전, 도토리묵무침… 하나하나 눈길을 사로잡는 메뉴들 앞에서 고민은 깊어졌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정해져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들깨수제비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았기 때문이다. 들깨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이곳의 들깨수제비는 꼭 맛봐야 한다는 강렬한 이끌림을 느꼈다.

뽀얀 국물에 김 가루가 뿌려진 들깨 수제비
뽀얀 들깨 국물 위로 김 가루가 수줍게 내려앉은 들깨 수제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들깨수제비. 뽀얀 국물 위로 김 가루가 수줍게 내려앉은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듯했다. 국물을 한 입 떠 맛보는 순간, 은은하게 퍼지는 들깨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채워졌다. 들깨 특유의 텁텁함이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깊고 부드러운 풍미가 미각을 황홀하게 자극했다. 쫄깃한 수제비는 입안에서 춤을 추듯 즐거움을 선사했고, 나는 들깨수제비를 싫어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그릇을 비워냈다.

들깨수제비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해물파전이 등장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파전은 보기만 해도 바삭함이 느껴졌고, 코를 찌르는 고소한 냄새는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파전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는 순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오징어와 새우 등 해산물의 풍부한 맛은 파전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고,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특히, 막걸리와 함께 즐기는 해물파전은 그야말로 최고의 궁합이었다. 살짝 시큼하면서도 청량한 막걸리는 파전의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해물파전
바삭함이 눈으로도 느껴지는 노릇노릇 해물파전

도토리묵무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탱글탱글한 도토리묵과 신선한 채소들이 듬뿍 담긴 도토리묵무침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양념은 입맛을 돋우었고, 쌉싸름한 도토리묵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는 입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참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고소한 풍미를 더했고,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참깨가 듬뿍 뿌려진 도토리묵 무침
탱글탱글 도토리묵과 신선한 채소의 향연, 도토리묵 무침

감자채전은 또 다른 별미였다. 가늘게 채 썬 감자를 바삭하게 부쳐낸 감자채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막걸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풋고추가 함께 곁들여져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치 감자칩처럼 얇고 바삭한 겉면은, 씹을 때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모습
고소한 감자채전과 찰떡궁합, 막걸리 한 잔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치 오랜 친구와 헤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곧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을 알기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다음에는 청국장과 비지장을 꼭 맛보리라 다짐하며, 나는 상당산성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위생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그런 문제는 발견할 수 없었다. 깨끗한 식기와 테이블은, 오히려 기분 좋은 식사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상당산성 동문집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은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이했고, 정성껏 만든 음식들은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나는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은 물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감자채전 한 조각을 들어 올리는 모습
겉바속촉의 정석, 감자채전 한 입

상당산성을 방문한다면, 동문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겨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들깨수제비는 꼭 맛봐야 할 메뉴다. 들깨를 싫어하는 사람도, 이곳의 들깨수제비는 분명 사랑하게 될 것이다. 청주 맛집 골목에서 만난 상당산성 동문집은,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날의 따뜻한 밥 한 끼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마음의 위로와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 차림
들깨수제비, 해물파전, 도토리묵, 감자채전까지 푸짐한 한 상

동문집에서 맛본 음식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오늘도 그날의 따뜻한 밥 한 끼를 추억하며, 다시 상당산성으로 향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마도, 그곳에는 변함없는 맛과 따뜻한 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해물파전 크게 한 조각
해물이 듬뿍, 파전 크게 한 입
도토리묵 무침 클로즈업
탱글탱글, 신선함이 살아있는 도토리묵 무침
감자채전 확대 사진
얇게 채 썬 감자의 바삭한 변신, 감자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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