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음식의 ‘맛’이라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순천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은 곳에 돈가스와 수제비를 함께 파는, 언뜻 보면 융합이 불가능해 보이는 조합을 선보이는 맛집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곳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식당이 아닌, 맛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녹아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돈가스’와 ‘수제비’라…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오묘한 밸런스를 탐구하는 나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연구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주말, 실험 정신을 발휘하여 문제의 식당, ‘상사이야기’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차를 몰아 외곽으로 향하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온통 돈가스와 수제비의 조합에 대한 화학적, 생물학적 분석으로 가득 찼다. 돈가스의 바삭한 튀김옷은 어떤 기름을 사용하여 어떤 온도에서 튀겨졌을까? 수제비 반죽의 글루텐 함량은 얼마나 될까? 바지락 육수의 감칠맛을 내는 핵심 아미노산은 글루타메이트일까, 아니면 다른 물질일까?
드디어 ‘상사이야기’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식당은 순천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서둘러 도착했음에도 이미 꽤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주차를 마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띄는, 마치 예쁜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웨이팅이 있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면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 쾌적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잘 꾸며진 가정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이랄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다. 메뉴는 단 두 가지, 돈가스와 수제비였다. 메뉴 선택에 대한 고민은 필요 없었다. 돈가스 1인분과 수제비 2인분을 주문했다. 수제비는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돈가스는 큼지막한 크기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튀김옷은 황금빛 갈색을 띠고 있었는데, 아마도 160~180도 사이의 온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 결과일 것이다. 곁들여 나온 밥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샐러드와 단호박 샐러드도 신선해 보였다.

수제비는 뽀얀 국물에 수제비와 바지락, 파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에서는 시원한 바지락 향이 코를 자극했다. 수제비는 손으로 직접 뜬 듯,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아마도 반죽의 글루텐을 충분히 숙성시켜 쫄깃한 식감을 살린 듯했다.
그리고 이 집의 숨은 공신, 바로 오이무침이다. 테이블에 놓이자마자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확 퍼졌다. 깍둑썰기한 오이에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 등으로 버무린 오이무침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는 비주얼이었다.
본격적인 ‘맛’ 실험에 돌입했다. 먼저 돈가스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돈가스의 식감이었다.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고소했고, 튀김옷은 느끼하지 않고 바삭했다. 돈가스 소스는 시판용 소스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맛이 느껴졌는데, 아마도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하여 매운맛을 낸 듯했다. 맵찔이인 나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정도의 매운맛이었다.
다음으로 수제비를 맛봤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시원한 바지락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바지락 육수는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는데, 아마도 바지락에 함유된 글루타메이트와 호박산 등의 감칠맛 성분 덕분일 것이다. 수제비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로, 씹는 맛이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수제비가 약간 흩어져 뜯어지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반죽 과정에서 글루텐 형성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숙성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오이무침을 맛봤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이의 시원한 맛과 양념의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돈가스와 수제비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제 이 세 가지 요소를 조합하여 맛을 봐야 할 차례다. 먼저 돈가스를 한 입 먹고, 바로 오이무침을 먹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돈가스의 느끼함이 사라지고 오이무침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마치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과 비슷한 효과였다.
다음으로 수제비를 한 입 먹고, 오이무침을 먹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수제비의 밋밋한 맛이 보완되고, 오이무침의 매콤함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밍밍한 라면에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과 비슷한 효과였다.
마지막으로 돈가스와 수제비를 함께 먹고, 오이무침으로 마무리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세 가지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만들어냈다. 돈가스의 고소함, 수제비의 시원함, 오이무침의 상큼함이 한데 어우러져, 입안에서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는 듯했다.
‘상사이야기’의 돈가스와 수제비는 단순한 음식의 조합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학적인 계산과 고민을 통해 탄생한, 맛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실험이었다. 돈가스와 수제비, 그리고 오이무침이라는,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맛을 창조해낸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수제비 반죽이 약간 흩어져 뜯어지는 부분, 그리고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상사이야기’의 음식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돈가스와 수제비, 오이무침의 조합은 정말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식당 앞에 놓인 커피 자판기를 이용해 커피 한 잔을 뽑아 들었다. 은은한 커피 향을 맡으며, ‘상사이야기’에서의 ‘맛’ 실험 결과를 곱씹어 보았다. 돈가스와 수제비, 그리고 오이무침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만들어내는 맛의 시너지 효과는 놀라웠다. 이 집 국물, 완벽했습니다!
‘상사이야기’는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좋은 곳이었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식사하는 동안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다. 또한,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서비스가 다소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상사이야기’는 순천 근교에서 맛있는 돈가스와 수제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돈가스와 수제비, 오이무침의 조합은 꼭 한번 경험해 볼 가치가 있다. 순천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드라이브 코스로 ‘상사이야기’를 방문하여 독특한 맛의 경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방송에 출연해서 맛이 변질된 식당에 실망했다면, ‘상사이야기’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