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성큼 다가온 여름의 문턱, 잊고 지냈던 시원한 냉모밀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서대문 근처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작은 식당, 그곳의 모밀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여름날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식당 앞에는 꼬불꼬불 이어진 웨이팅 줄이 늘어서 있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시원한 모밀을 맛볼 생각에 기다림마저 즐거웠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겨운 분위기의 내부, 테이블마다 놓인 빈대떡과 모밀 그릇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과 어우러져 편안한 인상을 주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냉모밀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냉모밀이 눈 앞에 나타났다. 짙은 갈색 빛깔의 육수 위로 살얼음이 떠 있고, 윤기가 흐르는 모밀 면 위에는 김 가루가 소복하게 뿌려져 있었다. 곁들여 나온 반찬은 뜻밖에도 푸짐한 계란말이였다. 얇게 부쳐 켜켜이 쌓은 계란말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모밀 면을 들어 육수에 담갔다. 차가운 육수가 면에 스며드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한 입 가득 입안에 넣으니, 입 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육수와 쫄깃한 모밀 면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입맛이 순식간에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모밀 면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계란말이를 맛봤다. 부드럽고 촉촉한 계란말이는 짭짤한 모밀 육수와 절묘하게 어울렸다. 계란의 은은한 단맛이 육수의 감칠맛을 더욱 돋우는 듯했다. 왜 이 집이 계란말이를 반찬으로 내놓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모밀과 계란말이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부터 삼삼오오 모여 앉은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다들 시원한 모밀과 푸짐한 계란말이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었다. 특히, 갓 구워져 나온 듯 따뜻하고 촉촉한 계란말이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냉모밀과 계란말이를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시원한 육수를 들이켜니, 속까지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계산을 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시원한 모밀 덕분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곳의 메뉴는 모밀 외에도 다양하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빈대떡은 막걸리와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녹두빈대떡은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며, 굴전 또한 신선한 굴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간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땐 동태찌개나 콩나물국밥도 좋은 선택이다. 든든한 콩나물국밥은 해장으로도 좋고, 콩비지 백반은 푸짐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사장님 내외분의 친절함이다. 항상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고,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식당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점심시간에는 워낙 손님이 많아 웨이팅이 필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시원한 모밀 한 그릇은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할 만큼 만족스럽다. 조금 서둘러 방문하거나,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억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시원한 모밀 한 그릇과 따뜻한 정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곳. 서대문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며칠 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퇴근길에 다시 그 식당을 찾았다. 이번에는 녹두빈대떡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뜨겁게 구워져 나온 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고소한 녹두의 풍미와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의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리고, 따뜻한 빈대떡을 뜯어 먹으며 막걸리를 마시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식당은 언제 와도 변함없이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해준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곳을 단순한 식당이 아닌, 마음의 안식처처럼 느끼게 되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동태찌개나 콩나물국밥을 맛봐야겠다. 그리고, 잊지 않고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베풀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서대문에서 만난 이 작은 식당은 내게 단순한 맛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 곳을 자주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느끼며, 삶의 활력을 얻어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