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서울숲의 푸르름이 짙어질 대로 짙어진 초록빛 향연을 뒤로하고, 발길은 자연스레 성수동 골목 안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300시간 저온 숙성된 돼지 뒷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는,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 자자한 ‘산청화로’. 왠지 모르게 정겨움이 느껴지는 상호에서부터 숨겨진 맛집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가게 문을 열자, 활기찬 음악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가득했고, 그 모습은 마치 오랜 단골들만 아는 아지트에 몰래 숨어든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벽면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힐끗 쳐다보니, 한돈 삼겹살, 눈꽃 목살, 뽈항정살 등 다채로운 돼지고기 부위들이 나를 유혹했다. 하지만 오늘 나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뒷고기 모듬!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잘 익은 김치, 아삭이 고추무침, 쌈무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앙증맞은 사각 트레이에 담겨 나온 다채로운 양념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쌈장, 마늘, 와사비, 소금, 멜젓까지. 취향에 따라 고기를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한 흔적이 엿보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뒷고기 모듬이 등장했다. 뽈항정살, 꼬들살, 가브리살 등 다채로운 부위들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선홍빛 색깔과 신선한 마블링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뽈항정살은 적당한 기름기와 탄력 있는 식감이 살아있어, 굽기 전부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300시간 저온 숙성을 거쳤다더니, 정말이지 고기의 퀄리티가 남달라 보였다.
숯불이 피어오르고, 드디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잘 익은 뽈항정살 한 점을 집어 멜젓에 푹 찍어 입안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황홀경을 선사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번에는 꼬들살을 쌈무와 함께 먹어봤다. 아삭한 쌈무와 꼬들꼬들한 꼬들살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느끼함은 잡아주고, 고소함은 더욱 증폭시키는 마법 같은 맛이었다. , 가브리살 역시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워,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구수한 된장찌개로 입가심을 했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는, 돼지 뒷고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밥을 말아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마치 할머니가 끓여주신 듯한 푸근한 맛에, 어린 시절 향수까지 느껴졌다.
어느덧 술잔이 기울고, 테이블 위는 텅 비어갔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니, 배부름과 만족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성수동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 맛본 뒷고기의 여운을 곱씹었다.
산청화로는 화려한 인테리어나 특별한 서비스는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과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이었다. 마치 동네 주민들만 아는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랄까.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숲에서의 즐거운 나들이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준 산청화로. 성수동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