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미식의 정원, 다로베에서 피자 맛집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어쩌면 나는, 긴 기다림마저 맛의 일부로 여기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수동, 그 이름만으로도 설렘을 안기는 동네. 그곳에서 명성이 자자한 ‘다로베’를 향하는 발걸음은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찼다. 평일 점심시간, 11시 15분쯤 도착해 키오스크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내 앞에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핫플레이스란 이런 것일까. 오픈 시간, 문이 열리고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순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다로베는 나폴리 피자, 그중에서도 APN 인증을 받은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라고 한다. 게다가 나폴리 피자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력까지 있다니, 그 맛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최근 방문했던 마리오네와 자주 비교되곤 한다는데, 내심 두 곳의 피자를 비교하며 음미해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따스한 분위기의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하게 퍼지는 화덕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나무와 대리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돌로 쌓아 올린 화덕은 쉴 새 없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고, 숙련된 피자 장인의 손길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다로베의 시그니처 피자인 ‘다로베’와 링고스티노 파스타를 주문했다. 샐러드도 하나 시키고 싶었지만, 메뉴 이름을 알 수 없어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드렸다. 잠시 후, 셰프 추천 샐러드가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단연 다로베 피자였다. 프로슈토, 모차렐라, 프로볼로네, 바질이 얹혀진 하얀 피자 위에는 트러플 오일이 뿌려져 있었고, 정중앙에는 노른자가 탱글탱글한 계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잘 구워진 도우에서는 은은한 불향이 느껴졌다. 짭짤한 치즈 향과 트러플 오일의 깊은 향이 어우러져 식욕을 자극했다.

다로베 피자와 샐러드
눈으로 먼저 음미하게 되는 다로베 피자와 샐러드의 조화.

조심스럽게 피자 한 조각을 들어 올렸다. 쫄깃한 도우가 쭉 늘어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짭짤한 프로슈토와 고소한 치즈, 향긋한 바질이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특히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는 도우는 그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프로슈토는 짭짤한 치즈를 감싸 안으며 환상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고소한 계란 노른자를 톡 터뜨려 트러플 오일과 함께 쫄깃한 도우에 듬뿍 찍어 먹으니, 그 맛은 가히 절정이었다.

다로베 피자는 확실히 마리오네와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리오네가 좀 더 캐주얼하고 활기찬 분위기라면, 다로베는 좀 더 세련되고 차분한 느낌이었다. 피자의 맛 또한 확연히 달랐다. 마리오네의 피자가 신선한 토마토 맛을 강조한 반면, 다로베는 다양한 치즈와 프로슈토의 풍미를 극대화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로베 피자가 마리오네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곁들임
피자와 함께 즐기기 좋은 상큼한 곁들임.

피자와 함께 나온 셰프 추천 샐러드 역시 훌륭했다. 신선한 채소와 올리브, 토마토가 발사믹 드레싱에 버무려져 나왔는데, 특히 톡 쏘는 신맛이 매력적인 파프리카 절임이 인상적이었다. 피자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 속 샐러드에는 올리브와 채소 외에도 탐스러운 오렌지색 당근이 함께 담겨 있어 싱그러움을 더한다.

다음으로 링고스티노 파스타를 맛볼 차례. 큼지막한 새우와 토마토, 그리고 독특한 모양의 면이 눈길을 끌었다. 파스타는 27,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면의 양이 다소 적게 느껴졌다. 새우 역시 푸짐하게 들어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면 한 가닥, 새우 한 마리에서 느껴지는 맛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링고스티노 파스타
탱글탱글한 새우가 돋보이는 링고스티노 파스타.

링고스티노 파스타는 토마토 소스를 베이스로 한 파스타였는데,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쫄깃한 면발은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고, 신선한 새우는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했다. 특히 소스에 깊게 배어 있는 해산물의 풍미는 파스타의 맛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간이 조금 센 편이라, 피자와 함께 먹으니 더욱 짭짤하게 느껴졌다.

다로베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와인도 판매하고 있었다. 피자에 곁들여 마시는 생맥주는 라거 특유의 가볍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좋았다고 한다. 연인끼리 방문한다면,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차를 가져와 맥주를 마시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맥주와 함께 피자를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로베의 메뉴는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특히 샐러드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피자와 파스타의 맛은 가격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 훌륭했다. 직원들의 서비스 또한 매우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했다. 주문 실수로 샐러드가 잘못 나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응대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로베는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 또한 훌륭한 곳이다. 따뜻한 조명 아래,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하지만 공간이 다소 협소하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손님들의 이야기 소리가 가득한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다로베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화장실이 외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 그리고 겨울에는 찬물만 나온다는 점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또한, 피클이 기본으로 제공되지 않고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물론 파프리카 피클의 맛은 훌륭했지만, 피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본 제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로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웨이팅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로베의 맛을 인정한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주 충격적이거나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준수하게 맛있게 먹었다. 나폴리를 가본 적이 없어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그동안 먹었던 피자와 파스타와는 다른 종류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세팅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 세팅.

우리네 김치가, 막걸리가 모든 집이 다르듯, 다로베의 파스타와 피자는 이곳만의 음식이었다. 이곳이 맛있다고 다른 집이 같아질 필요도 없고, 같은 결과물을 낼 수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이탈리안 식당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다로베는 기본에 충실한 정직한 식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누군가에겐 최고의 피자,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나 역시 다로베의 피자를 맛본 후, 앞으로 화덕피자가 먹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성수동에서 오래 터 잡고 장사하신 내공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로베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미식 경험을 통해 삶의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웨이팅이 길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도 다로베를 꾸준히 방문할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종류의 피자와 파스타를 맛보고, 와인도 함께 곁들여 봐야겠다.

성수동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다로베에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다로베의 피자는 당신의 미각을 깨우고, 당신의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와인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기는 와인 한 잔의 여유.
다로베 피자 근접샷
프로슈토와 바질, 그리고 중앙에 자리 잡은 계란이 인상적인 다로베 피자.
샐러드와 피자
피자와 샐러드의 환상적인 조합.
파스타
링고스티노 파스타의 면을 더욱 자세히 담은 사진.
다로베 내부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방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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