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계절의 시계는 여름의 한가운데를 가리키고 있었다. 끈적한 습도가 온몸을 휘감는 날들의 연속,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고 기력을 보충할 무언가가 절실했다. 문득,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어왔던 흑염소 요리가 떠올랐다. 흔히들 ‘보양식’이라 부르는 음식들은 왠지 모르게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흑염소만큼은 그 특유의 깊은 풍미에 대한 기대감이 남달랐다. 그렇게, 나는 인천 선학역 인근에 위치한 흑염소 전문점, ‘장수 흑염소’로 향했다.
문경-선학 주유소 방향, 세차장 안쪽 길로 접어들자 저 멀리 낯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주차장이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빈자리를 찾아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소문난 맛집은 다르구나.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덩달아 기분도 설레기 시작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흑염소탕, 흑염소 전골, 흑염소 수육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흑염소탕을 먹을까 고민했지만, 왠지 전골의 푸짐함에 더 끌렸다. 게다가 옆 테이블에서 풍겨오는 전골의 향긋한 냄새는 나의 선택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사장님, 흑염소 전골 2인분 부탁드립니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김치, 깍두기, 고추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김치는 젓갈의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흑염소 요리와의 궁합이 기대되는 맛이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염소 전골이 등장했다. 냄비 가득 담긴 흑염소 고기와 싱싱한 채소들의 향연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깻잎이 듬뿍 올려진 모습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흑염소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골이 끓기 시작하자, 깻잎의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국물이 끓어오르면서 흑염소 고기의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듯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니, 진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전혀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정성 들여 끓인 사골 육수처럼, 뼈 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고기는 살코기 위주로 나왔는데, 마치 장조림 고기처럼 부드러웠다.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어린 양고기에서 느껴지는 듯한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흑염소 특유의 풍미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기름 양념장에 들깨가루, 겨자, 식초를 듬뿍 넣어 섞은 후, 고기를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되었다. 깻잎과 함께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향긋함과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김치 매니아인 나는, 흑염소 고기를 김치에 얹어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짜지 않고 적당히 익은 김치는, 흑염소 고기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젓갈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만든 김치는, 그 풍미가 남달랐다.
정신없이 흑염소 전골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큰 소리로 대화하는 손님들 때문에 조금 불편했다.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소리를 지르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솔직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은, 식사 도중 의자 위에 발을 올리고 우리 쪽으로 발을 뻗는 몰상식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이런 불편한 상황 속에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서빙하는 직원들은 바쁜 탓인지, 밑반찬을 달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가져다주는 등 서비스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음식 맛은 정말 훌륭했다. 만약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사람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흑염소 전골 자체의 맛은 정말 훌륭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으니, 몸 속 깊은 곳부터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흑염소 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국물은 진하면서도 깔끔했다. 깻잎의 향긋함과 김치의 시원함은 흑염소 고기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다음에는 흑염소 수육을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염소 수육은 배받이나 갈비살 부위로 주문할 수 있고, 알아서 달라고 하면 목살 부위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냄새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수육을 시키면 탕도 함께 제공된다고 하니,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흑염소탕 가격이 15,000원으로 인상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가격 인상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흑염소 요리를 계속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장수 흑염소’는 선학역 인근에서 흑염소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냄새 없이 깔끔하고 깊은 맛은, 흑염소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서비스와 분위기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맛 하나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다음에는 꼭 흑염소 수육을 맛보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좀 더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