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퍼플섬으로 향하는 설렘 가득한 여정, 그 시작점에 자리한 암태도는 왠지 모르게 정겹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겼다. 섬 특유의 느긋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니,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요동치는 신호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퍼플교를 건너기 전, 섬에서 꼭 맛봐야 한다는 병어조림을 찾아 암태면사무소 인근의 ‘하나로식당’으로 향했다.
파란 하늘 아래, 흰색과 파란색으로 깔끔하게 칠해진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벽에는 “하나로식당”이라는 간판과 함께, 먹음직스러운 병어조림 사진이 걸려 있어 침샘을 자극했다. 식당 앞에는 평상에 앉아 계시는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몇 개 놓여 있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에는 방문객들의 정성 어린 손글씨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밤에 조명이 켜진 멋진 다리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맛이 없으면 주인에게, 맛이 있으면 이웃에게”라는 재치 있는 문구가 적혀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과 유쾌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사장님은 특유의 푸근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셨다. 메뉴판을 보니, 병어조림 외에도 정식, 병어회, 갑오징어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섬에 오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정해두었던 병어조림을 주문했다. 사장님은 조리 전에 매운 정도를 먼저 물어봐 주시는 세심한 배려를 보여주셨다. 나는 칼칼한 맛을 즐기기에, 조금 더 맵게 부탁드렸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울 정도로 푸짐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가득 차려졌다. 김치, 콩나물, 젓갈, 나물 등 열 가지가 넘는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톳나물 무침과 꼬시래기 볶음이었다.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이 반찬들은, 섬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로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젓가락을 들어 톳나물 무침을 맛보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꼬시래기 볶음은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하나 맛을 보니, 모두 신선하고 훌륭했다. 특히, 잘 익은 묵은지는 아삭한 식감과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에 감탄하며,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병어조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뽀얀 병어와 큼직하게 썰린 감자, 양파, 그리고 향긋한 쑥갓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빨간 양념이 넉넉하게 배어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병어조림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고, 침샘은 더욱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국자로 병어 한 점을 조심스럽게 떠서 밥 위에 올렸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병어 살은 부드럽고 촉촉해 보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입!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맛이었다. 신선한 병어의 고소한 풍미와 매콤달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혀끝을 황홀하게 감쌌다. 맵기를 조금 더 강하게 부탁드린 덕분에,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매운맛이 느끼함 없이 입맛을 돋우었다.
병어 살과 함께 큼지막한 감자도 맛보았다. 양념이 푹 배어든 감자는 포슬포슬하면서도 달콤했다. 특히, 쑥갓의 향긋한 향은 병어조림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밥 위에 병어 살과 감자, 쑥갓을 함께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남은 밥을 냄비에 넣고, 양념과 함께 쓱쓱 비벼 먹었다. 매콤한 양념에 비벼진 밥은 정말이지 최고의 맛이었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에, 배가 부른 것도 잊은 채 계속해서 먹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에 젖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가게를 나섰다. 문을 열고 나오니, 따스한 햇살과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하나로식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암태도에서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사장님의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 덕분에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신안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다시 들러 이번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하나로식당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섬마을의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퍼플섬으로 향하는 길, 또는 암태도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하나로식당에서 맛있는 병어조림을 맛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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