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월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은 건, 어쩌면 단순한 섬 여행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었는지 모른다.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잠시나마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어릴 적 짜장면을 먹으며 느꼈던 순수한 행복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소망. 자월도에는 과연 어떤 맛과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채 뱃머리에 부딪히는 바람을 맞았다.
선착장에 내려 짐을 풀자마자, 섬에서 유일하다는 중식당, ‘옛날짜장’으로 향했다. 붉은 벽돌 건물에 큼지막하게 붙은 간판이 정겨움을 더했다. 건물 외벽에 붙은 메뉴 사진들을 보니 짜장면, 짬뽕 외에도 콩국수도 판매하는 듯 했다. 섬마을 중국집의 소박한 메뉴 구성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홀이 나타났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단무지와 양파, 춘장이 놓여 있었고, 따뜻한 물수건이 정겹게 손을 맞이했다.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보니 짜장면, 짬뽕, 볶음밥 등 기본적인 중식 메뉴 외에도 여름 특선 메뉴인 콩국수가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 끝에, 나는 짜장면과 짬뽕을 주문했다. 섬에 왔으니, 흔한 해물 대신 자월도에서 캔다는 바지락이 들어간 짬뽕을 맛보고 싶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짜장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짜장면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갓 볶아져 나온 듯한 짜장의 향이 코를 자극했다. 큼지막하게 썰린 양파와 돼지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짜장 소스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면발은 탱글탱글하고 쫄깃해 보였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짜장 소스를 골고루 묻힌 후, 드디어 첫 입을 맛보았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짜장의 풍미는, 어린 시절 동네 중국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면발은 예상대로 쫄깃했고, 짜장 소스와의 조화가 훌륭했다.
짜장면을 몇 젓가락 먹으니, 곧이어 짬뽕이 나왔다. 붉은 국물 위로 파와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짬뽕 특유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짬뽕 속에 가득 들어있는 바지락이었다. 흔히 짬뽕에 들어가는 홍합 대신, 자월도에서 캔 바지락을 사용했다는 점이 독특했다.

국물을 한 모금 맛보니,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텁텁하거나 느끼한 맛은 전혀 없었고, 바지락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국물 맛이 속을 뻥 뚫어주는 듯했다. 면발 역시 짜장면과 마찬가지로 쫄깃했고, 국물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짬뽕에 들어간 바지락은 신선하고 쫄깃했으며, 씹을수록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짜장면과 짬뽕을 번갈아 가며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과식을 했다는 죄책감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만족감이 훨씬 컸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사장님께서 직접 담근 손두부를 맛보라며 건네주셨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두부는, 짭짤한 짜장면과 매콤한 짬뽕으로 얼얼해진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사장님의 따뜻한 인심 덕분에, 섬에서의 식사가 더욱 풍성하게 느껴졌다.

자월도 ‘옛날짜장’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섬마을의 정겨운 분위기, 푸짐한 인심,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짜장면과 짬뽕의 맛. 자월도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섬을 떠나기 전, 나는 다시 한번 ‘옛날짜장’에 들러 짜장면 한 그릇을 포장했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이 맛있는 추억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나는 자월도에서의 추억을 곱씹었다. 잔잔한 파도 소리, 시원한 바닷바람,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짜장면의 맛.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자월도는 내게 잊지 못할 섬으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옛날짜장’에서 맛본 짜장면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힘들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자월도를 방문하여, ‘옛날짜장’에서 짜장면을 함께 먹어야겠다. 그때는 콩국수도 꼭 한번 맛봐야지.
섬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내 마음속에는 자월도의 푸른 바다와 ‘옛날짜장’의 따뜻한 온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자월도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내 삶의 작은 쉼표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옛날짜장’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행복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소중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월도, 그리고 ‘옛날짜장’. 언젠가 다시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시작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