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중앙 지하상가, 추억과 건강함이 깃든 할아버지돈까스 맛집 순례기

어스름한 저녁, 나는 오래된 기억의 조각을 찾아 성남 중앙 지하상가로 향했다. 20년도 훌쩍 넘은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할아버지돈까스는, 내 유년 시절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추억의 장소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낡은 듯 정겨운 공기가 폐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이 가슴 한 켠을 간질였다.

지하상가는 예전만큼 활기 넘치지는 않았지만, 204-9라는 낡은 표지판 아래 자리 잡은 할아버지돈까스는 여전히 굳건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칠해진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오히려 그 빛바랜 색감 속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Since 1980’이라는 문구는 이 돈까스집이 걸어온 오랜 역사를 묵묵히 증명하고 있었다. 초록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어린 시절 맡았던 익숙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할아버지돈까스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할아버지돈까스의 외관. 낡은 간판이 오히려 정겨움을 더한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낡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벽에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사진들이 붙어 있어, 이곳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SBS 모닝와이드, MBC 맛있는 TV 등 추억의 프로그램명이 눈에 띄었다. 푸근한 인상의 직원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돈까스, 매운 돈까스, 치즈 돈까스, 생선까스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가격은 여전히 착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기본 돈까스를 주문했다. 잠시 후, 식전 스프가 나왔다. 크림 스프 위에 후추가 살짝 뿌려진 모습은 어린 시절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한 모금 마시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프가 속을 부드럽게 감쌌다.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졌다.

식전 스프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전 스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돈까스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돈까스와 밥, 샐러드, 마카로니, 단무지가 함께 담겨 나왔다. 돈까스 위에는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튀김옷은 바삭했고, 고기는 얇았지만 씹는 맛이 있었다. 소스는 직접 채소와 과일을 갈아 끓여 만든다고 한다. 시판 소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인위적인 감칠맛 대신 은은한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돈까스를 한 입 먹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친구들과 함께 지하상가를 뛰어놀던 모습, 용돈을 아껴 돈까스를 사 먹던 기억,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까지…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맛이었다.

돈까스와 생선까스
푸짐하게 차려진 돈까스 한 상. 돈까스와 밥, 샐러드, 마카로니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샐러드는 양배추와 케첩, 마요네즈가 어우러진 평범한 맛이었지만, 돈까스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을 잡아주어 좋았다. 마카로니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고 시원했다. 특히, 이곳의 깍두기는 돈까스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나는 돈까스를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직원분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그 따뜻한 미소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할아버지돈까스는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추억과 향수, 그리고 따뜻한 정이 함께하는 공간이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친절함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할아버지돈까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넓은 내부
넓고 쾌적한 내부 공간은 혼밥은 물론, 가족 외식에도 안성맞춤이다.

몇몇 리뷰에서는 테이블 표면에서 쉰내가 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물론, 오래된 가게인 만큼 최신식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 낡음 속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또 다른 리뷰에서는 소스가 묽고 고기가 얇다는 의견도 있었다. 할아버지돈까스는 70년대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요즘 돈까스처럼 두툼한 고기와 진한 소스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옛날 돈까스 특유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맛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할아버지돈까스는 각종 채소와 과일을 직접 갈아 소스를 만들고, 생선가스 소스 또한 계란, 레몬, 식초 등으로 직접 배합한다고 한다. 스프 역시 루의 기본 재료인 밀가루를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들은 밀가루 냄새를 느낄 수도 있다.

나는 할아버지돈까스에서 추억과 건강, 그리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이 성남 중앙 지하상가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할아버지돈까스에서 추억의 맛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맛집 경험이 될 것이다.

테이블 세팅
정갈하게 놓인 수저와 냅킨, 그리고 스프 그릇.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진다.

혼밥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실제로 혼자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담 없는 가격에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음에는 매운 돈까스에 도전해봐야겠다. 맵찔이지만, 왠지 이곳의 매운 돈까스는 맛있게 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할아버지돈까스의 매력이다.

지하상가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왠지 모를 따뜻함에 휩싸였다. 할아버지돈까스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방송 출연 인증
벽면에 붙어있는 방송 출연 인증 사진들이 할아버지돈까스의 오랜 역사를 증명한다.
돈까스 근접샷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고기, 그리고 듬뿍 뿌려진 소스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메뉴판
메뉴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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