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깊이가 녹아든, 경산 남산면 노포의 한우 생고기 맛집 순례기

오랜만에 평일 낮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문득 뭉티기, 그러니까 생고기가 간절하게 당겼다. 주말에는 맛보기 힘든 메뉴인데다, 뭉텅 뭉텅 썰어낸 뭉티기의 원조가 경산이라는 이야기에 망설임 없이 핸들을 잡았다. 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산시 남산면, 그곳에 자리 잡은 노포 식육식당으로 향하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과연 허름한 외관의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간판에는 ‘남산식육식당’이라는 정겨운 이름이 쓰여 있었다. Since 1988이라는 문구가 이 집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남산식육식당 간판
3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을 간직한 남산식육식당의 간판. 이 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 주변에 알아서 주차해야 하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이런 노포에서는 흔한 일. 불편함도 잠시,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놀랐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맛집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었다. 구이, 육회, 그리고 벼르고 벼르던 생고기(뭉티기)를 주문했다. 물론, 빼놓을 수 없는 된장찌개도 함께였다. 잠시 후, 기본 상차림이 차려졌다. 화려한 반찬은 없었지만, 신선한 상추 겉절이가 눈에 띄었다. 드레싱이 깨끗하고 상큼한 맛이라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줄 것 같았다.

구이와 곁들여 먹을 채소
소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줄 상큼한 샐러드와 쌈 채소가 준비되어 나온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뭉티기가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어낸 생고기의 붉은 빛깔이 어찌나 곱던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뭉티기와 함께 나오는 소스는 초장 베이스에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이 듬뿍 들어간, 보기만 해도 감칠맛이 느껴지는 비주얼이었다.

뭉티기
두툼하게 썰어낸 뭉티기의 신선한 붉은 빛깔이 식욕을 자극한다.

젓가락으로 뭉티기 한 점을 집어 소스에 듬뿍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신선한 뭉티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어우러져, 정말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소스의 감칠맛까지 더해지니,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대구 장원식당 이후 간만에 제대로 된 생고기를 맛보는 기분이었다.

뭉티기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육회로 입가심을 했다. 뭉티기만큼 강렬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싱싱한 육회 역시 훌륭했다.

구이
돌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구이용 소고기.

다음으로는 구이를 맛볼 차례. 뜨겁게 달궈진 돌판 위에 여러 부위의 소고기를 올려 구웠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소금 간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다.

소고기 구이
돌판에 구워 먹는 소고기는 언제나 옳다.

이 집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된장찌개였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채로 나온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두부, 콩나물, 야채, 그리고 무엇보다 소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된장찌개는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찌개 안에 들어있는 소고기 덕분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메뉴였다.

된장찌개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남산식육식당의 된장찌개는 최고의 마무리다.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 푹 퍼서 한 입 가득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비로소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은 낡았지만, 테이블마다 놓인 돌판과 연통, 그리고 손님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끓고 있는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직원분들은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비록 세련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남산식육식당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최고의 서비스는 없지만, 오랜 세월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인심으로 승부하는 곳이었다. 특히 신선한 생고기와 깊은 맛의 된장찌개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경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경산 맛집이다. 다음에는 평일에 미리 예약해서 토시살과 안창살도 꼭 맛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든든한 배와 함께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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