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기억 속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왠지 모르게 정겨운 이름 ‘청실홍실’. 파란색과 빨간색 글씨가 묘하게 조화된 간판을 보면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드나들던 추억이 떠오르곤 했다. 세월이 흘러 잊고 지냈던 그 이름이 문득 떠오른 건, 눅눅한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이었다. 시원한 모밀국수 한 그릇이 간절해졌고, 곧장 ‘청실홍실’을 검색했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연수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장 차에 몸을 실었다.
어렴풋한 기억 속 ‘청실홍실’은 작은 분식집 같은 모습이었는데, 연수점은 꽤 규모가 있는 식당이었다. 회색빛 건물 외관에 큼지막하게 박힌 ‘청실홍실’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1979년부터 시작되었다는 문구가 괜스레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과 함께, 어린 시절 맛보았던 그 맛을 다시 느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고 깔끔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1인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메뉴판을 받아 들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모밀국수와 만두 전문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종류의 모밀과 만두가 준비되어 있었다. 따뜻한 온면도 있었지만, 역시 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냉모밀이 제격이다.
고민 끝에 나는 냉모밀과 통만두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기가 무섭게, 정말 거짓말처럼 15초 만에 냉모밀이 눈 앞에 놓였다. 마치 주문을 기다렸다는 듯한 빠른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내가 어릴 적 방문했던 그 시절처럼, 이곳의 회전율은 여전히 엄청나구나 싶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와 김 가루, 잘게 썰린 파, 그리고 곱게 간 무가 함께 나왔다. 짙은 갈색 빛깔의 육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얼른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육수에 김 가루와 무, 파를 풀어 넣었다. 코를 톡 쏘는 와사비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곧이어 둥근 쟁반에 담긴 모밀국수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면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젓가락 집어 육수에 푹 담갔다가 입 안으로 가져갔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육수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쫄깃한 면발의 식감도 훌륭했다. 더운 날씨에 잃었던 입맛이 순식간에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냉모밀을 몇 젓가락 먹으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통만두가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에 담겨 나온 만두는 얇은 피 사이로 꽉 찬 속이 훤히 비쳤다. 동글동글한 모양새도 어찌나 귀여운지. 젓가락으로 하나를 집어 간장에 살짝 찍어 입 안으로 가져갔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고, 만두 속은 돼지고기와 부추, 양파 등 다양한 채소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만두피가 어찌나 얇은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육즙이 풍부한 만두는 입 안에서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냉모밀 한 젓가락, 통만두 하나. 번갈아 가며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시원한 냉모밀이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고소한 통만두가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었다. 먹는 내내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미소를 짓게 되었다. 변함없는 맛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앞으로도 종종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벽면에 붙어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KBS2 TV ‘슈퍼맨이 돌아왔다’ 프로그램에 송일국 씨와 세 쌍둥이 아들이 출연했던 사진이었다. 아이들이 맛있게 모밀국수를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아쉬운 마음에 가게를 나서기 전, 다시 한번 ‘청실홍실’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켜온 ‘청실홍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다음에는 비빔모밀에 만두 속을 섞어 먹어봐야겠다. 다른 테이블에서 비빔모밀을 먹는 모습을 보니, 그 맛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몇몇 후기에서는 예전보다 만두 크기가 작아졌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모밀국수 육수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예전의 맛과 거의 흡사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추억이라는 양념이 더해져서 더욱 맛있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내가 방문했을 때, 한 직원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자 바로 착용했지만, 위생에 조금 더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총평
‘청실홍실 연수점’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맛집이다. 시원한 냉모밀과 얇은 피가 일품인 통만두는 변함없는 맛으로 나를 만족시켰다. 빠른 회전율과 혼밥하기 좋은 환경 또한 장점이다. 위생적인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맛과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모밀국수 한 그릇이 생각난다면 ‘청실홍실’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나처럼 어릴 적 ‘청실홍실’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꼭 비빔모밀에 도전해봐야지! 인천 연수구에서 맛있는 모밀을 찾는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