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콧바람을 쐬러 세종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평리 시장, 그곳에 숨겨진 맛집 ‘촌돼지김치찌개’였다. 좁다란 골목을 따라 걷는 동안, 코끝을 간지럽히는 익숙한 김치찌개 냄새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어김없이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그 옆에는 탐스러운 계란말이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벽 한쪽에 붙어있는 메뉴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메뉴는 단촐했다. 촌돼지 숙성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오직 이 두 메뉴만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김치찌개 3인분과 계란말이를 주문했다. 잠시 후, 묵직한 냄비에 담긴 김치찌개가 테이블 위로 올려졌다. 뚜껑을 열자, 뽀얀 김이 솟아오르며 시큼하면서도 칼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붉은 빛깔의 국물 안에는 큼지막하게 썰린 김치와 두툼한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묵은지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엄나무 육수를 사용했다는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흔히 김치찌개에서 느껴지는 텁텁함이나 느끼함은 전혀 없었다. 돼지고기는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적절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이 집 김치찌개의 특징은 바로 ‘김치’에 있었다. 토막으로 썰린 김치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고, 입안에서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적당히 숙성된 김치는 신맛과 감칠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김치찌개 국물 맛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마치 어머니가 직접 담근 김치로 끓인 김치찌개처럼, 정겹고 푸근한 맛이었다.

김치찌개가 어느 정도 끓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계란말이가 나왔다. 기다란 접시 위에 놓인 계란말이는 보기만 해도 ‘튼실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얇게 여러 겹으로 말아낸 계란말이는 겉은 노릇노릇하고 속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보니, 탱글탱글한 탄력이 느껴졌다.

계란말이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간도 적절했고, 김치찌개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왜 사람들이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함께 주문하는지 알 것 같았다. 김치찌개의 칼칼함과 계란말이의 부드러움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사실, 처음에는 ‘1인 식사가 불가능하고, 1인이 2인분을 주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문구 때문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혼자 여행을 즐기는 나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김치찌개 맛을 보는 순간, 그런 아쉬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그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특히, 오뎅볶음과 콩나물 무침, 무생채는 김치찌개와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간이 세지 않아 김치찌개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았고, 오히려 풍성한 식감을 더해주었다. 마치 오랜 단골손님에게 내어주는 인심 좋은 반찬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이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몇몇 손님들은 웨이팅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치찌개를 맛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회전율이 빠른 덕분에,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가게 한쪽 벽에는 ‘세종시에서 가장 오래된 김치찌개 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세종 신도시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곳에서 김치찌개를 끓여왔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왔다는 것은, 그만큼 주인의 정성과 노력이 담겨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었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모두 가격 대비 양이 푸짐했고, 맛 또한 훌륭했다.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외식하기 부담스러운데, 이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가게 바로 옆에 대평시장 공용 주차장이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 골목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여름에는 내부가 다소 덥다는 것이다. 에어컨이 가동되기는 하지만, 워낙 손님이 많고 찌개를 끓이는 열기 때문에 시원함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여름철 방문은 피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수할 만큼, 촌돼지김치찌개의 맛은 훌륭했다.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푸짐한 돼지고기, 그리고 푹 익은 김치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계란말이 역시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김치찌개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촌돼지김치찌개는 단순한 김치찌개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따뜻한 음식이었고,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추억의 맛이었다. 세종 지역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잊지 못할 김치찌개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따뜻한 김치찌개 국물처럼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대평리 시장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친구들과 촌돼지김치찌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고, 다음 만남 장소도 촌돼지김치찌개로 정했다. 촌돼지김치찌개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우리들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장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