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뇌 속 도파민 회로가 순댓국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었다. 단순한 식욕이라 치부하기엔 그 갈망이 너무나 끈질겼다. 마치 특정 아미노산 결핍으로 고통받는 실험동물처럼, 나는 ‘제대로 된’ 순댓국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목적지는 포천, 그 중에서도 송우리였다. 송우리는 왠지 모르게 순댓국 고수들이 은둔하고 있을 것 같은,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동네였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차를 몰았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헤쳐나가는 동안, 후각은 이미 뜨끈한 돼지 육수의 향기를 탐색하고 있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왠지 모를 ‘맛집’ 포스가 풍겨져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테이블마다 뚝배기를 앞에 둔 채 술잔을 기울이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이곳이 단순한 밥집이 아닌 ‘술 익는’ 공간임을 암시했다. 마치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그래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아지트 같은 느낌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순댓국 보통을 주문했다. 메뉴판의 가격을 확인하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가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성비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거의 ‘혜자’급 가격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잠시 후, 쟁반 위에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뽀얀 머릿고기 몇 점과 깍두기, 김치, 그리고 순댓국에 넣어 먹을 다진 양념과 청양고추, 마늘이 전부였다. 촌스럽지만 정감 있는 구성이었다.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 코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하나하나가 순댓국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것 같은 느낌이랄까.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뽀얀 머릿고기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겉면은 콜라겐 함량이 높음을 시사했고, 젓가락으로 집어 들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한 점 입에 넣으니, 돼지 특유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질 좋은 단백질과 지방의 조화는 혀의 미뢰를 자극하며 쾌감을 선사했다. 마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앙트레를 맛보는 듯한 기분이었다면 과장일까. 곁들여 나온 깍두기는 기가 막혔다. 적당히 익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젓갈의 감칠맛과 무의 시원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깍두기 속 유산균은 나의 장내 미생물들에게 풍요로운 먹거리를 제공하리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댓국이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는 육수가 맹렬히 끓고 있었고, 표면 장력을 아슬아슬하게 버티며 솟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활화산과 같았다. 뚝배기 자체가 열 보존율이 높은 재질로 만들어진 듯했다. 시각적인 만족감은 차치하더라도, 물리학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국물 위에는 송송 썰린 파와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파의 알싸한 향은 돼지 육수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들깨가루의 고소함은 풍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 얼마나 과학적인 조합인가!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깊고 진한 돼지 육수의 풍미가 혀를 감쌌다. 단순한 돼지 뼈 육수가 아니었다. 각종 채소와 한약재를 넣고 오랜 시간 끓여낸 듯, 복합적인 향미가 느껴졌다. 글루타메이트, 이노시네이트와 같은 감칠맛 성분들이 최적의 비율로 조합되어, 혀의 미뢰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마치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모든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순대와 각종 부속 고기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찹쌀 순대는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돼지 창자로 만든 순대는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돼지 내장이었다. 곱창, 막창, 염통 등 다양한 부위가 푸짐하게 들어있었는데, 하나하나 손질이 잘 되어 있어 잡내 없이 깔끔했다. 특히 곱창에 들어있는 곱은, 리파아제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고소한 풍미를 더욱 증폭시켰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잠시 잊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순댓국에 다진 양념을 넣으니, 국물 색깔이 붉게 변하며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순간이었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이라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청양고추까지 썰어 넣으니, 매운맛 강도가 더욱 강렬해졌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열치열, 매운맛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 국물과 함께 떠먹으니 천상의 맛이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완벽한 3박자! 밥알은 국물의 풍미를 흡수하여 더욱 맛있어졌고, 깍두기를 올려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맛이 더해져 입 안이 즐거워졌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마치 블랙홀처럼, 순댓국은 나의 식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긁어 마셨다. 위장 속 뉴런들이 만족감에 환호하는 듯했다.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퍼져 나갔고,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아, 잘 먹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터져 나왔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포천 최고의 순댓국집이네요!”라고 답했다.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송우리에서 만난 이 순댓국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경험’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훌륭한 맛은 기본이고, 정겨운 분위기와 인심까지 더해져 완벽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마치 어머니가 끓여주는 따뜻한 집밥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순댓국이 생각날 때면, 주저 없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이곳은 내 인생 최고의 순댓국집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