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하루의 고단함을 녹여낼 따스한 국물이 간절했다. 광주 수완지구의 밤거리는 낯선 듯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 속에서 오랫동안 벼르던 맛집, ‘키리라멘’을 찾아 나섰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센트럴병원 건물. 병원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었지만, 덕분에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하면서도 일본 특유의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다양한 라멘 종류가 눈에 들어왔다. 매운 키리라멘, 마라라멘, 미우라멘… 고민 끝에 나의 선택은 ‘매운 키리라멘’. 왠지 모르게 얼큰한 국물이 당겼다. 함께 곁들일 사이드 메뉴로는 ‘뿌링클 문어가라아게’를 골랐다. 달콤 짭짤한 시즈닝이 라멘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벽면에는 아기자기한 일본풍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은은하게 흐르는 음악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고,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사탕 봉지가 놓여 있었다. 식사 후 입가심하라는 배려일까. 이런 소소한 점에서 감동을 받곤 한다.
드디어 기다리던 매운 키리라멘이 나왔다. 붉은 빛깔의 국물이 식욕을 자극했다. 면 위에는 차슈, 반숙 계란, 김, 목이버섯 등이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자, 탱글탱글함이 느껴졌다.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첫맛은 얼큰했지만, 곧이어 깊은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에서 우러나온 듯한 복합적인 풍미가 느껴졌다.

면은 쫄깃했고, 국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차슈는 부드러웠고,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반숙 계란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했고, 라멘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함께 나온 단무지는 시판 단무지와는 다른, 독특한 맛이었다. 아삭아삭한 식감도 좋았고, 라멘과의 궁합도 훌륭했다.
라멘을 먹는 중간중간, 뿌링클 문어가라아게를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문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도 살아 있었다. 뿌링클 시즈닝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했고,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라멘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어느새 라멘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니,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매운 키리라멘은 내게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선물과 같았다.
키리라멘은 혼밥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실제로 혼자 와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이 많았다. 바 테이블에 앉아 라멘을 먹는 동안, 나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마라라멘, 소유라멘, 대창덮밥…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키리라멘은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아기의자도 마련되어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라멘과 오니기리, 고구마치즈고로케 등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었다. 센트럴병원에 주차하면 주차도 편리하니,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키리라멘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친절한 서비스다. 직원들은 항상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주문을 받는 동안에도, 음식을 가져다주는 동안에도, 그리고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항상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이런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키리라멘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매장을 나서며, 키리라멘은 내게 오랫동안 기억될 광주 맛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 아늑한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수완지구에 다시 오게 된다면, 키리라멘은 반드시 다시 방문해야 할 곳 1순위로 꼽힐 것이다.
키리라멘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저녁 식사를 넘어,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따뜻한 국물과 맛있는 음식은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었고, 친절한 서비스는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키리라멘은 맛과 분위기, 그리고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수완지구 밤하늘 아래, 키리라멘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간직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밤이었다.
돌아오는 길, 문득 키리라멘의 ‘키리’가 무슨 뜻일까 궁금해졌다. 아마도 일본어로 ‘안개’를 뜻하는 단어일 것이다. 마치 안개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주는 곳, 그곳이 바로 키리라멘이었다.

키리라멘은 단순히 맛있는 라멘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수완지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키리라멘의 번창을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공간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